서아시아사회

네팔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며…파키스탄 기자 나시르 “우리는 함께 슬퍼합니다”

대홍수와 산사태로 삶의 터전을 잃은 네팔 주민들이 피해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무너진 건물과 토사로 뒤덮인 마을은 이번 참사가 남긴 깊은 상처를 보여준다.
[아시아엔=나시르 아이자즈 아시아엔 신디어판 편집장] 네팔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해왔다. 나는 세 차례 카트만두를 방문했고, 그 인연은 평범한 여행자의 기억을 훨씬 넘어선다. 높은 산을 직접 오르지는 못했지만, 카트만두 너머로 펼쳐진 장엄한 히말라야와 네팔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는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있다. 그곳에서 맺은 소중한 친구들과의 인연을 통해 나는 지금도 네팔의 일상과 숨결을 가까이 느끼며 살아간다.

네팔과의 인연은 그 나라의 문학과 언론을 통해서도 이어져왔다. 출판인으로서 네팔 시인들의 작품을 세상에 소개했고,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기자협회(AJA) 행사에서 만난 네팔 기자들과도 오랫동안 우정을 나눠왔다.

그들의 글을 통해 나는 네팔을 단순히 아름다운 산과 유서 깊은 성지가 있는 나라로만 보지 않게 됐다. 네팔은 수많은 역경을 견뎌온 사람들의 땅이며, 자연과 인간이 서로 기대어 살아온 깊은 지혜의 땅이다. 네팔의 시인과 기자들은 그 고요하고 장엄한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오래도록 기록해왔다.

그래서 네팔과 티베트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이번 참사 소식은 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거대한 빙하 붕괴와 함께 거센 물길이 산과 계곡을 휩쓸었다. 건물이 무너지고 다리가 사라졌으며,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생겼다. 무엇보다 수백 명의 소중한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났고, 아직도 사랑하는 가족의 소식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숫자로 전해지는 ‘사망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이름이 있었을 것이다. 가족이 있었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으며, 살아가야 할 내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이번 참사가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네팔이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견뎌왔기 때문이다. 네팔은 여러 차례 큰 지진으로 유서 깊은 도시가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이 삶의 터전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그 폐허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섰다.

그렇게 어렵게 삶을 다시 세워온 나라에 또다시 엄청난 자연재해가 닥쳤다.

나는 지금 카트만두의 친구들을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는 네팔의 시인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재난으로 가족과 친구, 이웃을 잃고 깊은 슬픔에 잠겨 있을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을 생각한다.

멀리 떨어져 있어 그들의 손을 직접 잡아줄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다.

네팔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히말라야의 눈 덮인 봉우리만이 아니다. 내가 네팔에서 만난 사람들의 조용한 품격과 넉넉한 마음,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따뜻함이야말로 내가 기억하는 네팔의 얼굴이다.

그들은 과거의 수많은 시련 속에서도 서로를 붙잡고 다시 일어섰다. 이번에도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다시 일어설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그들의 강인함만을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강인하다는 이유로 슬픔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말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눈물을 대신할 수도 없다.

지금은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애도해야 할 시간이다.

수색과 구조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가족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있을 것이다. 그 기다림과 슬픔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은 그들의 고통을 잊지 않는 것이다. 국제사회도 구조와 구호, 삶의 재건을 위해 네팔 곁에 실질적으로 함께 서주길 바란다.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친구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네팔의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다.

비록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여러분의 슬픔은 여러분만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애도하고 있습니다.
먼저 떠난 이들을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네팔이 이 깊은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날까지 참 마음으로 여러분 곁에 있겠습니다.

2012년 10월 7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어린이들이 ‘세계 미소의 날’을 맞아 환하게 웃고 있다. 당시 주제는 “친절을 실천하세요. 한 사람을 웃게 하세요”였다. 이번 대홍수 참사로 큰 슬픔에 잠긴 네팔에 다시 아이들의 미소가 돌아오기를 기원한다. <신화/수닐 샤르마>

▼ 아시아엔 후원계좌 ▼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아시아엔과 아시아 저널리즘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우리은행 1005-601-878699 (주식회사 아자미디어앤컬처)

나시르 아이자즈(Nasir Aijaz)

파키스탄, 아시아엔 파키스탄 지사장, PPI(Pakistan Press International) 편집장

필자의 다른 기사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본 광고는 Google 애드센스 광고이며, 본 사이트와는 무관합니다.
Back to top button
AI 에이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