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섭 칼럼]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병

*잠깐묵상 | 이사야 30장
가만히 있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신체의 동작만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은 상태를 상당히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통제 욕구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쉼 없는 자기계발, 강박적인 업무, 손에서 놓지 못하는 SNS 스크롤링, 심지어 불필요한 논쟁까지. 그걸 하고 있는 동안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그 상황만큼은, 그 분위기만큼은 내가 컨트롤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결국 우리는 인생 전체를 컨트롤하고 싶은 것 아닐까요?
분주함을 멈추고 잠잠히 있기 시작하면 우리 내면에서는 낯선 것들이 정체를 드러내곤 합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 덮어두었던 상처와 아픔, 오랜 세월 해결하지 못한 채 앙금처럼 남아버린 미움, 잊었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과오들. 사실 이 모든 것들은 내 통제 바깥에 존재하는 것들입니다. 이걸 마주할 때 느끼는 무력감은 우리를 가만히 있지 못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우리의 분주함, 바쁨은 내면의 심연을 직면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회피 수단이나 방어기제입니다. 성실해서가 아니라, 두려워서입니다. 우리는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지도 모릅니다.
“주 여호와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가 이같이 말씀하시되 너희가 돌이켜 조용히 있어야 구원을 얻을 것이요 잠잠하고 신뢰하여야 힘을 얻을 것이거늘 너희가 원하지 아니하고”(사 30:15)
구원은 잠잠함과 기다림에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끝내 그 방식을 원하지 않습니다. 절대자의 구원을 기다리는 것보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 스스로를 구원하려는 통제 강박을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삶의 주도권을 쥐고 쉬지 않고 나를 채찍질할수록 구원은 점점 더 멀어집니다.
“너희가 이르기를 아니라 우리가 말 타고 도망하리라 하였으므로 너희가 도망할 것이요 또 이르기를 우리가 빠른 것을 타리라 하였으므로 너희를 쫓는 자들이 빠르리니”(사 30:16)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분주하게 삶의 속도를 높일수록, 우리를 쫓아오는 불안의 속도는 더욱 맹렬해질 뿐입니다. 내가 운전대를 쥐고 가속 페달을 밟는 한 불안과의 경주에서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잠잠함은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고 주저앉는 무기력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내 힘으로 상황을 조작하고 통제해 보려는 자기 구원의 스위치를 단호하게 끄는 일입니다.
나를 향해 다가오는 건 불안만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나를 구원하러 다가오고 계십니다. 길을 잃었습니까? 아버지의 손을 놓쳤습니까? 어디 움직일 생각을 하지 말고 그 자리에 최선을 다해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