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칼럼

불침번을 CCTV로 대체한다?…경계는 장비가 아니라 책임이다

시대가 변하면 경계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과학화 경계체계와 감시장비는 병사들의 피로를 줄이고 전투력을 높이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장비가 도입되더라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하나 있다. 경계는 장비가 아니라 책임이다.-본문에서 <AI 생성 이미지>

오늘 뉴스를 보니 일부 부대에서 불침번을 CCTV로 대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다는 보도가 나왔다. 과학화 경계체계가 갖춰진 부대에서는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불침번을 운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시대는 변하고 기술은 발전한다. CCTV는 사람의 눈보다 멀리 보고, 적외선 카메라는 어둠도 비춘다. 병사들의 수면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기사를 읽는 순간 오래 전 대학 교련 시간과 군의관 교육을 받던 3사관학교에서 들었던 한 문장이 떠올랐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없다.”

젊은 시절에는 다소 엄한 군대의 격언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사마광의 『자치통감』을 다시 읽으며 그 말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자치통감』에는 “보초가 졸았다”는 기록은 의외로 거의 없다. 대신 반복해서 등장하는 두 글자가 있다. 무비(無備), 곧 대비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사마광은 패전의 책임을 한 병사의 졸음에서 찾지 않았다. 적을 얕보고, 경계를 늦추고, 준비를 소홀히 한 조직 전체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안사의 난에서도, 오대십국의 수많은 전투에서도 패배는 대개 ‘무비’에서 시작되었다. 성문은 적의 칼에 먼저 열린 것이 아니라, 안일함에 먼저 열렸다.

생각해 보면 병원도 마찬가지다. 병원에는 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여전히 24시간 간호사가 지킨다. 밤이라고 환자의 심장이 쉬지 않고, 새벽이라고 호흡이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모니터는 심전도를 보여 줄 수 있지만, 경보음을 듣고 가장 먼저 달려가는 것은 사람이다. 카메라는 상황을 기록하지만, 맥박을 짚고 기도를 확보하며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는 것도 결국 깨어 있는 의료진이다.

군대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CCTV는 사람의 눈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화면에 포착된 이상 징후를 판단하고, 보고하며, 필요한 조치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기술은 경계를 돕지만, 경계에 대한 책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물론 시대가 변하면 경계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과학화 경계체계와 감시장비는 병사들의 피로를 줄이고 전투력을 높이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장비가 도입되더라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하나 있다. 경계는 장비가 아니라 책임이다.

사마광이 남긴 ‘무비’라는 두 글자는 오늘날에도 낡지 않았다. 역사는 밤을 지키던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깨어 있었기에, 수많은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한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어쩌면 훌륭한 경계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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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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