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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권 훼손’ 항의 올림픽공원 청년 시위 40일…확산도, 소멸도 아닌 그 끝은 어디?

기성 언론 무관심 속 24시간 농성…”청년들 정의감이 꺾이면 우리 사회에 더 큰 폭탄 터질 것”

2026냔 6월 13일 토요일 아침 10시 올림픽공원 <사진 이상기>
[아시아엔=최보식 <최보식의 언론> 편집인] ‘올공 청년 시위’가 어떤 식으로 끝날지 나는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40일이 됐다. 날마다 24시간 밤샘시위다. 대낮 땡볕에는 양산까지 쓰고 비가 오면 우의를 입고, 밤에는 모기장 텐트를 치고 노숙한다.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마다 장(場)을 열었던 전광훈 목사의 광화문 시위로 치면 아홉달 이상 시위를 계속 하고 있는 셈이다.

2026냔 6월 13일 토요일 오전 10시 올림픽공원 <사진 이상기>

이렇게 단조로운 시위는 처음 본다.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구호를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반복하고, 간혹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른다. 그게 전부다. 시위를 조직하는 주최도 없고, 단상도 마이크도 없고, 가슴 뛰게 하는 선동 연설도 없고, 연예인 찬조 공연도 없다.

2026년 7월 4일 아침 올림픽공원 <사진 이상기>

늘 반복되는 풍경이니 매스컴에 날 만한 새로운 ‘뉴스’가 없다. 언론들은 가끔 중·노년들끼리 사소한 시비 일탈을 빼면 아예 기사 취급을 하지 않는다. 기성 언론들의 관점에서는 올공 시위는 안 보이는 ‘유령’처럼 된 셈이다. 그럼에도 ‘공원’이라는 고립된 장소에서 이렇게 재미없는 시위가 40일이나 지속되고 있다는 건 결코 쉽게 볼 사안이 아니다. 

2026년 7월 4일 아침 8시 올림픽공원 <사진 이상기>

나는 집 근처 올림픽공원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올공 청년 시위 첫째 날의 장면을 목격했다. 6월 5일 금요일이었다. 경찰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주민 백여명이 농성하던 잠실7동 투표소에 진입해 투표함을 올공 핸드볼경기장으로 옮기자 청년들이 여기에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2026냔 6월 13일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 게시판 <사진 이상기>

선거 때만 되면 대통령을 비롯한 3부 요인이나 정당대표는 “민주주의를 위해 여러분의 한표가 소중하다”고 떠들어왔고, 무엇보다 선관위는 투표를 꼭 하라면서 사전투표일까지 만들었던 헌법기관이다. 그런데 여러 선거구에서 투표지가 부족해 투표를 못했다.

몰디브에 선거관리 연구를 위해 연수도 가는 선관위는 “투표용지 인쇄 비용 절감을 위해서 그랬다”고 해명했지만, 청년들은 ‘민주주의 꽃’인 참정권의 중대한 훼손이니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개인주의 성향으로 분류돼온 2030세대가 이런 사회문제에 각성했다는 게 놀라웠다.  

그때 나는 이렇게 썼다. <순수한 마음이 사안의 본질을 볼 수 있다. 나는 청년들의 ‘재선거’ 요구는 옳고 계속 확산되고 폭발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너무 비약하는 것인지 모르나, 이들에게서 ‘4.19  부정선거’의 대학생 데모를 떠올렸다.>

내가 조심스럽게 썼던 ‘4.19 대학생 데모’라는 표현을 그 뒤로 몇몇 신문들과 정치인들, 방송패널들도 인용했다. 하지만 ‘계속 확산되고 폭발력이 있을 것’이라는 내 전망은 좀 빗나가고 있다.

2026냔 6월 13일 토요일 아침 10시 올림픽공원 <사진 이상기>

처음엔 청년들이 8, 9할이었던 올공 시위 풍경은 많이 바뀐 게 맞다. 광화문에서 보던 중·노년들과 윤어게인 세력, 하필 이곳에서 예배를 보겠다는 교회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갖고 올공으로 들어왔다.

시위가 ‘오염됐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 현실이 원래 이렇다. 순수한 것만으로 오래 갈 수는 없다. 여러 개천물이 결국 바다에서 만나 잡탕들이 다 희석되고 합쳐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도 집회 질서를 유지해내는 자원봉사자들이나 중심축은 여전히 청년들이다. 전체 시위 풍경도 반려견을 유모차에 태우고 나와도 될 만큼 건전하다.

나는 대다수 언론들이 왜 올공 시위에 부정적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현 정권과 가까운 진보쪽 매체는 정파적 이해 틀에 갇혀 그럴 수 있지만, 보수쪽 매체도 사냥감을 찾는 식으로 올공 시위를 보도하는 것 같다. 

일부 보수 논객, 인플런서들은 처음부터 올공 시위 참석자들을 ‘부정선거음모론자들’ ‘극우세력’으로 몰아갔다. 그러면서 투표 용지 부족, 개표 숫자 입력 오류 등과 관련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큰일 날 것처럼 먼저 난리를 쳤다. 이들은 “부정선거는 절대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는 자신의 ‘도그마’에 빠져 눈앞의 현실을 부인하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 올림픽공원에 안 와봤을 것이다.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1년 기자회견에서 비록 말이라도 “국민 주권에 대한 존중이 말만 있었지 실제로는 없었던 것 아니냐 라는 문제 제기로 보면 정말 심각한 문제인 것”이라며 “문제를 지적하는 청년들에 대해서 참으로 귀하고 존경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 뒤 올공 시위의 기세가 좀 주춤해지자, 이 대통령은 “부정선거론을 퍼뜨리는 것은 반사회적 행태” “산적 같은 짓이 벌어지고 있다”고 뒤집었지만.

2026냔 6월 13일 토요일 올림픽공원, 강아지도 주인 따라 왔다. <사진 이상기>

올공 시위는 관심도 떨어지고, 참석자들은 지쳐가고 실제 숫자도 많이 줄어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눈앞의 시위 규모는 축소됐다 해도 바깥에서 이 시위를 예의 주시하는 이들의 숫자는 여전히 만만찮다는 것이다.

가령 이재명 대통령의 ‘산적’이나 서울경찰청장의 ‘패가망신’ 발언, 혹은 시위 현장에 무슨 일이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거의 실시간으로 참석자 숫자가 불어나곤 했다. 이는 올공 현장 추이를 지켜보는 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고, SNS를 통해 기민하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세상 모든 일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내 관찰로는 올공 시위 참석자들은 지쳤지만 먼저 손을 들고 자진 철수할 것 같지가 않다. 이 시위가 어떤 식으로 끝이 날지 아직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이들이 요구하는 ‘재선거’는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까 회의론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이에 올라타 ‘재선거’ 카드를 꺼냈지만 당내에서조차 별로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밥친구’라는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대행은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서 대놓고 “적어도 정치인들은 재선거를 주장하면 안돼”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청년들의 ‘재선거’ 요구에 불쾌감을 드러내 한번도 올공에 나타나지 않았다. 한동훈 의원은 장동혁 대표가 올공 시위에 참석하자, 부산 북갑에 내려가 지역구 관리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고 있다. 친한계 의원들은 하나같이 올공 시위에 거리를 두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에서는 선관위 고위직들을 출석시켰지만 하나마나한 문답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고, 강제수사권을 갖는 선관위 특검 논의에서 여당은 야당에게 칼자루를 내줄 생각이 없다.

여야 합의로 겨우 내놓은 해법은 핸드볼경기장(개표소)에 보관돼있는 투표용지 247만 장을 공개 재검표 해보자는 것 정도다. 그럼에도 중앙선관위는 “필요 예산은 약 5000만원이고 재검표는 투표용지 보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크게 선심 한번 쓴다는 식으로 나왔다. 이게 과연 올공 시위를 멈추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패가망신’ 발언으로 유명해진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올공 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불법행위 99건·관련자 289명을 수사하고 있고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을 받는 피의자 2명이 구속됐다”고 성과를 말했다.

나는 청년들의 정의감이 꺾여버리면 우리 사회에 더 큰 폭탄이 터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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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The AsiaN 편집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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