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월네 기후위기대응 브리핑…”탄소중립시대 도시경쟁력, 전기차 숫자 아닌 시스템이 결정”
전기차는 이제 미래의 교통수단이 아니라 도시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가운데, 노르웨이 오슬로와 중국 선전은 전기 모빌리티를 통해 도시 전체를 바꾸고 있는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두 도시의 공통점은 단순히 전기차를 많이 보급한 것이 아니라, 정책과 예산, 인프라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도시다. 올해 상반기 노르웨이 전체 신차 판매의 97.6%가 순수 전기차였으며, 오슬로에서도 6월 신규 등록 차량의 93.7%가 전기차다. 노르웨이 전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도 100만 대를 넘어섰다.
오슬로 “새 차 100대 중 94대가 전기차”
오슬로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높은 전기차 보급률보다 2016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기후예산(Climate Budget)’ 제도에 있다. 시는 2030년까지 2009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95% 감축한다는 목표를 일반 재정예산과 연계해 관리하고 있다. 도시 전체의 연간 탄소 배출 한도를 예산처럼 편성하고, 각 부서가 감축 목표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교통 분야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트램과 버스, 페리 등 대중교통은 대부분 전기로 운행되고 있으며, 자전거도로 확충으로 자전거 이용도 크게 증가했다. 건설 부문에서는 전기 굴착기 등을 활용한 ‘무배출 건설현장’을 확대하면서 공공 건설현장의 에너지 사용도 대부분 무배출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오슬로의 기후예산 모델은 현재 노르웨이 여러 지방정부는 물론 런던, 뉴욕, 뭄바이 등 세계 주요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선전, 세계 최초로 도시버스 100% 전기버스로 전환
중국 광둥성 선전은 세계 최초의 ‘대중교통 100% 전기화 도시’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선전시는 2017년 말 시내버스 1만6,359대를 모두 전기버스로 전환했으며, 이어 택시 2만2천여 대도 전기차로 바꿨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전기버스가 거의 없었던 도시가 불과 8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버스 운행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성공의 배경에는 촘촘한 충전 인프라와 금융 모델이 있었다. 선전시는 차고지와 버스 종점마다 충전시설을 구축하고, 버스회사가 차량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임대하는 방식을 도입해 초기 투자 부담을 줄였다. 선전시 정부에 따르면 전기버스 전환으로 디젤버스 대비 에너지 소비가 약 72.9% 절감되고, 연간 약 135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감축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매연과 소음이 줄어든 정류장은 이제 선전 시민들의 일상이 됐다.
오슬로와 선전의 사례는 기술보다 시스템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슬로는 기후 목표를 예산에 담았고, 선전은 충전 인프라와 금융 구조를 먼저 설계했다. 전기차 보급 자체보다 지속 가능한 운영체계를 구축한 것이 성공의 핵심이었다.
우리나라도 2030년 무공해차 450만 대 보급을 목표로 전기버스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보조금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지방정부의 예산과 연계한 감축 관리체계와 차고지 중심의 충전 인프라 구축, 민관 협력을 통한 일관된 정책 추진이 전환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 시대 도시 경쟁력은 전기차 숫자가 아니라 도시를 움직이는 시스템에서 결정된다. 오슬로와 선전은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증명하고 있는 도시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