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석 ‘만인화전-산자여 따르라’…송기숙에서 이름 없는 이웃까지

“얼굴로 기록한 시대의 초상”…은암미술관, 박종석 기획초대전 ‘만인화전-산 자여 따르라’
은암미술관(관장 채종기)이 6월 10일부터 7월 2일까지 광주 은암미술관에서 2026 기획초대전 「만인화전(萬人畫展)-산 자여 따르라」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70여 년에 걸친 삶과 시대의 흔적을 수천 개의 얼굴로 기록해 온 석주 박종석 화백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자리다.
박 화백은 독립투사이자 노동운동가였던 외조부의 정신적 유산을 이어받아 평생 사람을 그려왔다. 거리와 카페, 시장과 일상에서 마주친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을 화폭에 담으며, 이름 없이 스쳐 지나가는 존재들에게 기억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의 대표 연작인 ‘만인화’는 단순한 인물화가 아니다. 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에 깃든 삶의 온기와 시대의 흔적을 기록해 왔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수천 개의 초상들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 우리 사회와 시대를 비추는 집단적 기록으로 읽힌다.

전시 포스터에 사용된 작품은 민주화운동가이자 소설가였던 송기숙 교수를 그린 초상화다. 이는 이름 있는 인물과 이름 없는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를 시대의 주인공으로 기록해 온 박 화백의 예술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은암미술관은 “오늘날 수많은 이미지와 정보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 사람의 삶과 기억마저 쉽게 잊히고 있다”며 “박종석의 만인화는 이러한 망각에 맞서 인간 존재를 오래 응시하고 기억하려는 예술적 실천”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대형 작품 ‘새벽별'(2025, 수묵채색, 217×614cm)과 ‘들불7열사'(2026, 수묵채색, 140×282cm) 등 주요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이번 전시와 연계해 시민 참여형 초상 드로잉 프로젝트 ‘응시살롱’도 운영된다. 지난 5월 25일 열린 첫 행사에는 박종석 화백과 몽골 작가 엘마(Tsevelmaa Nadmidjanlav)가 참여해 시민들과 함께 서로를 바라보고 초상을 그리는 예술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응시살롱’은 17~19세기 프랑스의 살롱 문화에서 착안한 프로그램으로, 작가와 시민이 서로의 표정과 시선을 관찰하고 대화하며 인간의 감정과 존재를 예술적으로 탐구하는 장이다. 특히 한국과 몽골 작가의 협업은 국제 문화예술 교류의 의미를 더하며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채종기 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 예술가의 작업세계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을 기억하고 삶을 존중하는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라며 “관람객들이 수많은 얼굴 속에서 자신과 이웃, 그리고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 개막식은 6월 11일 오후 4시 30분 열리며, 전시는 광주광역시와 광주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