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꼽은 노후의 다섯 가지 관리 대상은 ‘시간’ ‘관계’ ‘멘탈’ ‘건강’ ‘재산’이었다.
‘시간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그는 ‘급한 것’과 ‘중요한 것’을 판별하고 이를 수행하는 것을 꼽았다. 급하고 중요한 것은 바로 실행하고, 덜 급하지만 중요한 것은 계획을 세우며,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것은 버릴 줄 아는 능력 배양을 강조했다.
‘관계관리’에서 그는 만화 <슬램덩크>의 두 주인공 강백호와 서태웅을 비유해 설명했다. 강백호는 작품의 중심 인물이고, 서태웅은 그와 대비되는 라이벌이다. 강백호는 북산고 농구부에 들어온 문제아 출신의 성장형 주인공이고, 서태웅은 천재적인 실력의 에이스다. 서태웅이 자신의 실력밖에 모른 채 경기를 혼자 다 하려는 스타일인데 비해, 강백호는 팀워크를 중시하는 형이다. 김민식 전 PD는 당연히 팀플레이를 할 줄 아는 ‘관계관리’를 중시했다. 이와 함께 그는 “관계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나와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 말이 확 와닿았다.
세 번째로 ‘멘탈관리’에 있어 그는 사람의 능력을 분류할 때 지식(knowledge), 능력(competence), 전문성(skill), 태도(attitude)를 들고, 이 중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람에게는 세 가지 정(情)이 필요한 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일에 대한 ‘열정’ 및 조직에 대한 ‘충정’이라고 했다. 내가 속한 조직이 잘돼야 나도 잘되고 행복해진다는 의미에서 충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또 사람에게 필요한 감정으로 자존감, 자신감, 책임감을 들었다. 영어 동시통역사 출신으로 영어에 자신 있는 그가 40대에 갑자기 일본어를 정복하고 싶어 도전했고, 일본어를 꺾었다. “이처럼 40, 50대 이후에 전에 해보지 않은 것에 도전해 성취하면 엄청난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책임감에 대해 그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만들 때는 어차피 대박 아니면 쪽박인데, 모든 것은 내 책임이라는 태도로 대하니 즐거웠다”며 제작을 총괄하는 사람의 책임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건강관리’에 관한 강연을 들으며 그가 참 구체적이고 실사구시(實事求是)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였던 부친이 은퇴 후 치매로 고생하는 것을 보며 건강 관련 책만 200여 권 봤다. 그리고 ‘김민식의 내 몸을 바꾸는 평생 루틴’이라는 책을 썼다. 그의 건강지론은 운동을 자동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하게 만들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지하철역 등 모든 계단과 집 아파트 9층까지의 계단을 걸어오른다. 최근에는 두 계단씩 오른다. “가장 좋은 건강관리법은 습관을 만들어버리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자, 이제 귀를 더 쫑긋하고 들어볼 ‘재산관리’ 강연이 남았다. 그는 지난 5월 13일 인기 TV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tvN)에 출연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 프로그램 출연은 한 일간지에 그의 월수입이 1천만 원 이상이라는 기사가 나면서 이루어졌다. 그는 21일 강연에서 폭탄 발언을 했다. “이왕 이런 강연에까지 초대됐으니 사실을 말하겠다”며 “올해 들어서부터 월수입이 2천만 원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해 강연장에서 탄식 소리가 쏟아지게 했다.
그는 MBC에 근무할 때부터 월급이 많든 적든 절반씩은 저축하는 습관을 들였다. 국민연금에도 관심을 갖고 꾸준히 불입액을 늘려 지금은 연금수입만 월 300만 원이 넘는다. 여기에 14권이나 되는 책의 인세와 유명해지면서 늘어난 강연료 등으로 계속해서 수입이 늘고 있다. 그는 2020년 MBC를 명예퇴직할 때 받은 3억여 원의 퇴직금도 종잣돈으로 잘 굴렸다. 더욱이 꽤 오래전부터 술, 담배, 커피를 하지 않고 저녁 약속도 거의 잡지 않는다. 들어오는 돈이 나갈 구멍이 없다고나 할까. 일찍부터 연금을 잘 활용해온 그의 별명 중에 ‘연금술사’가 있다. 알고 보니 ‘(자신은 안 마시지만) 연금으로 후배들에게 술을 잘 사는 사람’이란다.
공대 출신 스타 PD의 이력과 성공 비결
그는 다소 놀랍게도 공과대학 광산학과 출신이다. 국내에서 공대 출신 언론인으로서는 동아일보의 고(故) 이웅희(李雄熙) 기자(전두환 정부 청와대 공보수석, 현 이석배 주러시아 대사의 부친)가 유명했고, 동아일보의 이도성(李度晟) 전 정치부장, KBS의 박대기 기자 등이 있었지만 지극히 드문 것은 사실이다.
그는 시트콤 ‘뉴논스톱’과 드라마 ‘내조의 여왕’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과 연출상을 수상한 스타 PD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자, 100만 조회수 유튜버로 활동하는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20대부터 절약과 저축을 실천했고, 36세부터는 개인연금 불입액을 꾸준히 늘렸다. 그는 다작 작가이기도 하다. MBC에서 노조 활동(노조 부위원장 역임)에 따른 정치적 탄압 기간(6년) 동안 해마다 200권씩 독서했으며, 블로그에 매일 글을 써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외로움 수업’ 등 여러 베스트셀러를 냈다. 1996년 MBC에 예능국 PD로 들어가 11년 만에 드라마 PD로 전보됐고 노조 활동 때문에 송출실로 갔다가 다시 드라마 PD로 복귀했던 그다. 이런 이력 때문에 국내에서 예능과 드라마를 같이 가르칠 수 있는 방송인은 자신뿐이라는 자부심도 갖고 있다. ‘행복은 강도(强度)가 아니라 빈도(頻度)다’ 등을 주제로 강연 활동도 활발하다.
그는 공과대학 졸업→제약회사 영업사원→SF소설 번역가→스타 PD→베스트셀러 작가→100만 조회수 유튜버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그야말로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실천한 인생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김민식의 방송 경력은 예능과 드라마를 두루 거친 PD라는 점이 핵심이다. 예능에서는 ‘뉴논스톱’, 드라마에서는 ‘내조의 여왕’ 같은 히트작에 참여해 방송 연출자로서 이름을 알렸다. MBC에서 대중성과 화제성이 큰 프로그램을 많이 맡았다. 예능에서 감각을 쌓은 뒤 드라마 연출로 영역을 넓혔다는 점이 돋보이는 특징이다. 방송인으로서 그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를 넘어서, 방송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글쓰기와 강연 활동까지 확장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대중은 그를 방송국 내부의 제작자이면서 동시에 자기계발, 습관, 독서 주제를 풀어내는 콘텐츠 창작자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노조 활동과 삶의 태도…하고 싶은 일 열심히 하는 게 최고의 재테크
그는 MBC에서 노조 활동도 열심히 했다. 2012년 노조 부위원장을 맡았다가 밉보여 송출실로 좌천돼 6년간 찬밥을 먹었다. 이 기간 중 집중적으로 책을 읽고 책을 썼다. 그는 뭐든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삶의 의지를 더 크게 느낀다고 했다. 예를 들어 그가 쓴 책들은 매번 주제가 다르다. 새롭게 관심이 가는 분야를 발굴하면 바로 공부를 시작하고 결국 책을 써낸다. 이런 인지적 자극은 치매 따위를 예방하는 데 최고의 약이라고 믿고 있다. 운동도 시작하면 끝을 보는 편이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탁구 실력은 아마추어에서는 지는 상대가 없을 정도의 실력이다. 줌바춤도 추는데, 반에서 유일한 남성이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는 좌천돼 있던 기간인 2017년 6월 MBC 사옥 내에서 “김장겸(당시 사장, 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물러가라”라고 외치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이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내외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노조를 탄압하는 김장겸을 보면서도 그가 내게 선물이 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반면교사로 오히려 바른 언론인이 되어야 한다는 투지와 결의를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김장겸 물러가라”는 자신의 외침이기도 했지만, 그날 나온 MBC 보도국 기자들의 성명서 제목이기도 했으며 명문 중의 명문이었다고 그는 기억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적(敵)이나 원수조차 도움이 되는 인물로 만들 수 있는 심리적 기제(機制)를 가진 간단치 않은 인물이다.
그는 20, 30대에게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열심히 하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라고 충고한다. 자신도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무엇을 가장 하고 싶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었고, 그 물음의 답을 따라오다 보니 여기까지 이른 것뿐”이라고도 말했다. 예를 들어 공과대학 광산학과에 다닐 때만 해도 방송 PD가 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에게 인생은 목표대로 되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의 판단과 실천대로 되는 것이다. 그는 대단히 겸손했다. 이런 여러 가지 성취를 하면서도 “나는 나라는 사람을 끌고는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전혀 다르다”며 “나는 지도자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18년간 14권 저술…최근작 ‘김민식의 내 몸을 바꾸는 평생 루틴’
그는 2008년 ‘나의 영어 공부 이력서’라는 첫 책을 쓴 이후로, 2012년 ‘공짜로 즐기는 세상’, 2012년 ‘PD가 말하는 PD’, 2013년 ‘10월의 하늘’, 2014년 ‘마니아 씨, 즐겁습니까?’, 2017년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2017년 ‘소년소녀, 정치하라!’, 2018년 ‘매일 아침 써봤니?’, 2018년 ‘심리학 프리즘’, 2019년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2020년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2023년 ‘외로움 수업’, 2024년 ‘말하기의 태도’(강원국과 공저), 2025년 ‘월급 절반을 재테크하라’, 그리고 최근작 ‘김민식의 내 몸을 바꾸는 평생 루틴’까지 모두 14권의 책을 써냈다. 18년간 14권이니 거의 매년 한 권 꼴이다. 제목을 보면 그의 공언대로 관심 분야가 매번 다름을 알 수 있다.
한 시간 반 동안의 강연과 질의응답 동안 그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순진무구(純眞無垢, 마음과 몸이 순수하고 깨끗함)함과 이른바 선비의 필수 요소라는 문질빈빈(文質彬彬, 겉모습과 속내가 잘 어울려 균형이 잡힌 상태)이 잘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었다. 굳이 표현해보자면 영어 단어 versatile(다재다능한, 만능의)이나 almighty(전능한, 대단한)에 가장 가까운 사람의 하나로 보이지만 조금의 시건방짐도 없었다. 같이 사진을 찍는데 해맑게 웃으며 V자를 그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그가 선천적으로 타고났거나 특별히 머리와 인품이 뛰어나서 그리 된 게 아니고 생각과 실천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 흐름은 윌리엄 제임스가 말한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뀐다”라는 유명한 심리학 문장과도 같음을 알 수 있었다. 생각(마인드셋)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를 낳고, 이는 김민식이 가장 강조하는 습관을 들이게 하며, 이에 따른 긍정적 자세는 행동과 태도를 바꾸고 마침내 사람을 바꾸게 된다. 멋진 선순환(善循環)이다. 최근 들은 강연 가운데 첫손에 꼽힐 만큼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