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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섭의 고려인청소년㉒] 학교를 향해 뛴 하랑이와 지성이…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첫 기부마라톤

나는 믿는다. 지성이와 하랑이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발걸음은 새로운 러닝메이트들을 만나게 할 것이고, 로뎀나무 아이들의 꿈을 함께 세워 갈 더 많은 사람들을 연결하게 될 것이다. 내일은 누가 러닝메이트가 되어 줄 것인가?

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안다. 겪어 본 사람이 그 심정을 안다.

지성이와 하랑이가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고려인 청소년들을 위해 기부마라톤에 나서게 된 마음도 어쩌면 여기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낯선 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문화 속에서 마음이 작아지는 순간이 어떤 것인지 두 사람은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로뎀나무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저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한편으로 궁금했다. ‘왜 지성이와 하랑이는 로뎀나무 아이들을 위해 이런 마음을 품게 되었을까?’

지성이는 부모님을 따라 싱가포르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외국인이었다. 그러나 현지 사람들은 낯선 땅에 온 지성이를 따뜻하게 받아 주었고, 학교생활과 일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했다. 그때 받은 배려와 포용은 지성이의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었다.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의 꿈들이 나무에 걸려있다. 뿌리 깊게 박고 잎도 무성해 열매 많이 맺길…

그러던 중 한국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친구들을 알게 되었다. 바로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의 고려인 청소년들이었다. 조부모의 나라, 아버지와 어머니가 마음에 품고 살아온 나라 대한민국에 왔지만, 이곳에서 그들은 여전히 낯선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지성이는 그들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보며 마음이 움직였다. 자신이 받았던 따뜻한 도움을 이제는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그것이 지성이에게는 기부마라톤이었다.

하랑이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하랑이는 지성이 형을 통해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고려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직접 학교를 방문해 친구들을 만났다. 그곳에서 하랑이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너무나 다른 교육 환경 속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교실도 부족하고, 운동장도 없고, 기숙사도 안정적이지 않은 현실 앞에서 하랑이의 마음에도 작은 결심이 생겼다.

“학교 건축을 위해 작지만 나도 한몫을 하고 싶어요. 학교가 지어질 때까지 열심히 뛰겠습니다.”

그렇게 두 아이의 마음은 첫 번째 기부마라톤, JTBC 하프마라톤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단순한 달리기가 아니었다. 주변의 친구들, 부모님, 친지들에게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의 현실을 알리고, 고려인 청소년들의 꿈을 함께 세워 가자는 작은 외침이었다. 당시 지성이는 SFS(Seoul Foreign School) 11학년이었고, 하랑이는 YISS(Yongsan International School of Seoul) 10학년이었다. 한국 나이로는 고등학교 2학년, 3학년의 어린 학생들이었다.

소학섭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교장은 “오늘 두 아이가 내딛는 한 걸음은 단순히 마라톤 코스를 달리는 발걸음이 아니다. 그것은 로뎀나무 아이들의 내일을 향해 달려가는 발걸음이다. 그것은 고려인 청소년들의 무너진 마음 위에 다시 희망을 세우는 발걸음이다.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세워질 학교를 향한 믿음의 첫걸음이다”라고 했다.

나는 중학교 시절 잠시 육상부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그래서 러닝이라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싸움인지 조금은 안다. 달린다는 것은 단순히 발을 앞으로 내딛는 일이 아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무거워지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밀려올 때도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 일이다. 결국 러닝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발걸음을 지성이와 하랑이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로뎀나무 아이들을 위해 내딛겠다고 했다. 한국 아이들이 고려인 아이들을 위해 뛰겠다는 그 말은 내 마음을 깊이 울렸다. 기부마라톤이 실제로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는 그때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었다. 그 마음만으로도 이미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학교 하나가 세워지고 있었다. 그 마음은 감격의 눈물을 맛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 소식을 로뎀나무 아이들에게 전하자 아이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누구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 아직 잘 알지 못하던 아이들에게 지성이와 하랑이의 이야기는 큰 위로가 되었다. 누군가 자신들을 기억해 주고 있다는 사실, 누군가 자신들을 위해 달려 주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들의 마음에 깊은 우정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하랑이와 지성이는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가 이레학교로 새롭게 건축되어 고려인 청소년들에게 꿈터가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건축이라는 현실은 너무나 멀고 큰 산처럼 느껴졌다. 꿈은 있지만 길이 보이지 않았고, 소망은 있지만 손에 잡히지 않았다.

운동장이 없어 아이들이 논길을 걷고 뛰는 것이 체육활동이며,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오지만 기숙사가 없어 근처 아파트를 임대해 기숙사로 사용하고 있는 현실. 그러나 해마다 보증금과 월세는 오르고, 학교 운영은 점점 더 버거워지고 있다. 이제는 정말 꿈터가 필요하다. 고려인 청소년들이 안정적으로 공부하고, 생활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숙형 고려인민족사관학교가 하루속히 세워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성이와 하랑이가 시작한 기부마라톤은 단순한 달리기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마음이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한 걸음이 또 다른 한 걸음을 부르고, 한 아이의 결심이 또 다른 친구들을 깨우는 일이다.

오늘 두 아이가 내딛는 한 걸음은 단순히 마라톤 코스를 달리는 발걸음이 아니다. 그것은 로뎀나무 아이들의 내일을 향해 달려가는 발걸음이다. 그것은 고려인 청소년들의 무너진 마음 위에 다시 희망을 세우는 발걸음이다.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세워질 학교를 향한 믿음의 첫걸음이다.

나는 믿는다. 지성이와 하랑이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발걸음은 새로운 러닝메이트들을 만나게 할 것이고, 로뎀나무 아이들의 꿈을 함께 세워 갈 더 많은 사람들을 연결하게 될 것이다. 내일은 누가 러닝메이트가 되어 줄 것인가? (계속)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앞 공터, 이곳에 고려인 3세들의 간절한 꿈이 펼쳐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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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섭

(사)청소년미래연구 이사장,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이사장 겸 교장, 다문화전문가 2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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