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오년 새해 벽두,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사건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대외 행보가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의 명분으로 “마두로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대규모 불법 마약 유통과 연계된 범죄 조직의 핵심 인물”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설명과 함께,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의 전략적 가치와, 최근 수년간 강화돼 온 베네수엘라의 친중(親中) 노선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이 이번 조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제기한다. 실제로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주요 원유 거래 상대국 중 하나로 자리해 왔으며, 양국 관계는 에너지와 금융 분야에서 긴밀히 얽혀 있다.
이 같은 시각은 최근 미국과 파나마 간의 관계 변화에서도 읽힌다. 미국은 파나마 운하 일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우려해 왔고, 2025년 4월 미국과 파나마는 안보 협력 강화를 골자로 한 합의를 체결했다. 이 합의에 따라 미군의 훈련과 순환 배치가 가능해졌지만, 파나마 측은 영구적인 미군 기지 주둔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이를 두고 중남미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다시 강화되는 신호로 해석하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시선은 중남미에만 머물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의 전략적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2025년 3월 J. D. 밴스 부통령은 북극권에 위치한 그린란드의 피투피크 우주기지를 방문해 안보 상황을 점검했는데, 이 과정에서 덴마크가 그린란드의 안보를 충분히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논란을 빚었다. 이 방문을 두고 덴마크와 그린란드 자치 당국 일각에서는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에 이어 최근에도 그린란드 매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를 영토 확장 의지라기보다, 북극 항로와 희토류·우라늄 등 전략 광물,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 진출을 견제하려는 지정학적 계산의 연장선에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미국의 행보를 두고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다시 굳히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역사적으로도 세계 질서를 주도했던 제국들은 유사한 논리를 앞세워 왔다. 알렉산드로스 제국, 팍스 로마나, 몽골 제국 시기의 팍스 몽골리카, 그리고 19세기 팍스 브리타니카가 그 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역시 마셜플랜을 통해 유럽 재건을 주도하며 국제 질서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며 개입해 온 여러 전쟁—한국전쟁, 베트남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결과는 절반의 성공 또는 실패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미국이 패권 유지에 집착하는 이유를 두고, 한편에서는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의 확산이라는 이상을 강조한다. 반면 비판적 시각에서는 이러한 가치가 글로벌 헤게모니 유지를 위한 외피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 질서가 오히려 불안정해지고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또한 미국은 기후변화 협약이나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비준 문제 등에서 국제 규범과 거리를 둬 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문제는 이러한 ‘팍스 아메리카나’의 재강화 시도가 과연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미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이를 전략적으로 뒷받침하는 러시아가 미국의 패권적 행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 질서는 다시 한 번 힘의 균형과 충돌의 시험대 위에 올라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