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문화칼럼

[배일동 칼럼] 한국 문화의 근본 코드…’삼신’과 ‘원방각’ 문명

각박한 저 가운데(中, 土)에서 해(日)와 달(月)의 기운으로 밝게(明) 각(角)을 세우고 서있는 도봉산 솔낭구들 <사진 배일동>

한국문화 문명의 핵심 코드는 삼분화(三分化)에 있으며, 그것이 바로 삼신사상(三神思想)이다. 삼신사상은 해와 달과 지구, 곧 땅(土)을 뜻한다. 이를 우리는 예로부터 천지인 삼재라고 불러왔다. 또 천지인의 표상을 원방각(圓方角, ㅇㅁ△)이라고 했다. 해와 달의 원과 방이 지구의 흙에서 각을 낸다는 것이 원방각 사상이다.

한국문화는 각(角)을 내는 문화다. 각(角)이란 출발점이 다른 두 면이 만나 모서리를 만들어 각도(角度)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천지간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각을 모두 다르게 세우고, 각을 내며 살아간다.

그래서 한국음악의 장단에서는 “각을 친다”, “각을 낸다”라고 말한다. 12박 중모리 장단에서 각점은 3, 6, 9박에서 이루어지는데, 봄 박인 1, 2, 3의 원방각에서는 3박 자리에서 각점을 치고, 여름 박 4, 5, 6의 원방각에서는 6박 자리에서 각점을 친다. 그리고 7, 8, 9의 가을 박에서는 9박에서 대각(大角)을 내고, 겨울 박 10, 11, 12박에서는 장단을 풀어버린다.

그래서 3, 6, 9박은 각을 내는 자리로서, 3은 밀어내는(起, 生) 각점이고, 6은 달아주고 연결해주는(景, 長) 각점이며, 9는 장단의 대각(大角)을 맺는 자리다. 그래서 “밀고 달고 맺는다”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3월 봄에 씨를 뿌리면 그 씨가 흙을 밀고(生) 나오며 각을 내고, 6월에는 3월에 밀어낸 것이 9월에 열매를 잘 맺도록(成) 줄기를 길게 뻗게 하며 성장(長)하는 각점이 된다. 이는 한 해 동안 지구의 흙(土)에서 만물이 생장수장(生長收藏)하는 것을 그대로 본뜬 것이다. 이것이 천지인 원방각 생장성의 이치다.

삼신에서 중(中)은 바로 만물을 길러내는 지구의 흙(土)이다. 궁상각치우의 오음에서도 궁음이 바로 토(土)다. 오행에서 중(中)을 흙(土)으로 설정한 까닭이다. 지구의 흙은 동서를 가르는 남북 지축선을 기점으로, 한쪽은 해를 맞이하며 낮이 되고, 다른 쪽은 달을 맞이하며 밤이 된다.

옛사람들은 지구라는 하나의 토(土), 곧 중(中)에서는 이렇게 해와 달을 양편에 끼고 돌면서 중화(中和) 작용을 이루며 만물을 낳고 길러낸다고 보았다. 대우주의 삼신은 해와 달과 지구이고, 소우주의 삼신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자궁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천지 일월 부모라 한 것이다.

한국문화는 중(中)을 매우 중시한 민족이다. 천지간의 모든 만물 하나하나는 삼신의 작용으로 그 덕에 태어났기에, 그 하나하나가 하늘(天)이고 근본(本)이며, 또 천지 가운데의 중심이라 하여 인내천(人乃天)이라 했다.

중(中)은 너와 나, 이쪽과 저쪽인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마당(場)이고 판이다. 마치 중력장과 전기장, 자기장에서 서로 다른 두 극성이 장과 판에서 어우러져 에너지를 생성하듯이, 한국문화는 그것을 본떠 문명을 창조해왔다.

그 판과 마당에서 모두가 무사하고 평안하며 살판나게 해달라고 삼신께 빌고 또 빌던 문화가 굿문화다. 그것이 바로 삼신문화다. 언어도 음악도 농악도 춤도 우리 삶의 모든 문화가 삼신사상을 본뜬 것이다.

한국 언어와 한국 음악, 한국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삼신의 이치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수천 년을 함께해 온 근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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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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