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미디어

환자단체연합·의료사고 피해가족 이재명 대통령에 의견서·서한 제출…환자보호 위한 ‘주희 3법’ 필요성 제시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왼쪽)과 류선 김주희양 모친 류선씨

“고려대 구로병원, 중환자실 환자 요양병원 전원 압박 중단하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8월 28일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의견서를 제출하고,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의 울분을 해소할 법적·제도적 근거 마련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특히 고려대 구로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인 김주희 학생 사례를 들어 “요양병원 전원을 전제로 한 병원의 압박을 중단시키고, 환자가 안전하게 치료와 재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대통령실이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회는 환자 중심 보건의료 환경 조성을 위해 활동하는 10개 환자단체의 연대체로, 10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대통령실에 전달된 문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의료사고 피해자의 울분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을 담은 환자단체 의견서, 다른 하나는 김주희 학생의 어머니 류선 씨가 직접 작성한 자필 편지다. 연합회는 “대통령이 피해자와 가족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시간을 마련해 달라”고도 했다.

연합회는 의견서에서 환자보호 입법 필요성을 우선 제시했다. 핵심은 이른바 ‘주희 3법’이다. 첫째, 의료사고 발생 시 7일 이내 사고 내용과 경위를 환자나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는 설명의무 조항 신설. 둘째, 의료진의 사과나 유감 표시는 형사·민사 절차에서 증거로 쓰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 셋째, 피해자와 가해 의료인을 함께 지원하는 의료사고 트라우마센터 설치다. 연합회는 “사고 직후 충분한 설명과 진정성 있는 사과, 심리·사회적 지원이 있어야 형사고소에 기댄 분노 표출을 줄이고 신속한 배상과 회복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김주희 모친 류선씨가 이재명 대통령께 보내는 서한(일부)

김주희 학생 사례는 이번 서한의 직접적 배경이다. 어머니의 편지에 따르면, 주희는 척추측만증 교정수술 후 폐렴으로 중환자실 치료를 받던 중 2024년 12월 10일 자가발관이 발생했다. 당시 약 50분간 기관삽관이 16차례 시도됐으나 실패했고, 결국 기관절개로 기도 확보가 이뤄지는 사이 17분간 심정지가 발생해 광범위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다. 현재 8개월째 의식이 없는 상태로 위루관 영양, 산소호흡기, 기저귀 배설에 의존하고 있으며, 다제내성균(CPE) 보균으로 격리치료가 필요하다.

어머니는 “병원은 ‘폐렴이 가라앉으면 요양병원으로 전원하라’는 말만 반복한다”고 호소했다. 소아병원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성인 내과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또 산소 사용량과 내성균 관리 문제로 대부분 전원을 거부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상태에서 요양병원으로 옮기면 폐렴 재발과 응급실 전전이 불가피해 ‘의료 난민’이 될 것”이라며 “안정적으로 2차 종합병원이나 재활병원으로 옮길 수 있을 때까지 일반병실에서 최선의 치료를 계속해 달라”고 요구했다.

연합회는 최근 정부 일각에서 제기된 ‘과도한 사법 리스크’ 주장에 대해 국가 연구용역 결과를 들어 반박했다. 2023년 1심 형사재판으로 이어진 업무상과실치사상 사건은 연평균 34.4건, 약식까지 포함해도 45건 내외에 불과하다는 수치다. 실형 선고는 연평균 3~4명으로 극소수였다. 연합회는 “응급의학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기피의 주된 이유를 형사처벌 공포로만 돌리기 어렵다”며 “재정 투입 확대, 근무여건 개선, 법무 지원 강화 등 실질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합회는 피해자 보호 제도의 공백도 지적했다. 보호자가 겪는 충격과 행정·법률 절차의 복잡성, 장기치료에 따른 경제·돌봄 부담을 공공이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다. 어머니의 편지는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중환자실 신체보호대 안전관리 강화로 자가발관 재발을 막고, 기도 특이 구조 등 중대 정보를 의료진 간에 공유·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추며, 상급병원 협진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제도화하고, 전원 압박과 책임 회피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막고, 통합적 국가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의료진의 설명·사과·유감 표명이 법적 위험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제도화해 피해자와 가족·유족의 울분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서한은 대통령실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 개정의 문턱이 높고 부처별 책임이 분산된 상황에서, 최종 조정 권한을 가진 컨트롤타워에 ‘멈춤’을 요구한 셈이다. 연합회는 “지금 필요한 건 가해자 처벌 완화가 아니라 피해자 보호의 제도화”라며 “설명과 사과, 트라우마 치유, 신속한 배상과 재활이라는 선순환을 국가가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사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피해자와 가족이 의료·행정·법률의 장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은 사회적 합의의 영역이다. 환자 안전과 의료진 회복탄력성을 동시에 높이는 길도 결국 신뢰 회복에서 시작된다. 대통령실이 이번 서한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아시아엔은 한국환자단체연합회과 김주희 양 모친의 대통령실 의견서 및 서한 제출과 김주희 학생 전원 압박 논란, 제도 개선 요구에 대한 결과를 계속 추적 보도할 예정이다.

8월 21일 열린 김주희양 모친 류선씨 기자회견
▼ 아시아엔 후원계좌 ▼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아시아엔과 아시아 저널리즘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우리은행 1005-601-878699 (주식회사 아자미디어앤컬처)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필자의 다른 기사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본 광고는 Google 애드센스 자동 게재 광고이며, 본 사이트와는 무관합니다.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