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자크 루소(1712~1778)의 <고백록>은 서구 근대 자서전 문학의 출발점이자, 인간 내면에 대한 가장 용기 있는 탐구의 기록입니다. 루소는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며, 부끄러움조차 숨기지 않고 진실을 드러냅니다. <아시아엔>은 루소의 원전을 바탕으로 그의 유년기부터 철학자로서의 성숙, 글쓰기를 통한 구원, 그리고 고립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이번 10회로 마무리 합니다. 연재를 통해 우리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넘어 ‘나는 고백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그의 선언을 마주하게 됩니다. <편집자>
<고백록(Les Confessions)>은 루소의 철학과 삶이 융합된 결정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한 인간의 내면, 나아가 시대 전체의 정신을 기록하고자 했다. “나는 내가 진실하게 살았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만일 내 삶이 하찮았다면, 그것은 내가 하찮았기 때문이지, 내가 거짓이었기 때문은 아니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재구성하고, 인간이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한다.
<고백록>은 그가 1765년부터 1770년까지 집필한 자서전적 기록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출생부터 말년까지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며, 한 인간이 겪는 감정의 복잡성과 사회적 압력, 철학적 자각의 과정을 낱낱이 펼쳐 보인다. 그는 “나는 남들 앞에서 나 자신을 벗겼다. 무엇 하나 숨긴 것이 없다”고 단언한다.
<고백록>의 가장 혁신적인 점은 ‘자기 고백’이라는 형식을 통해 진실을 주장한 데 있다. 그는 성찰 없는 자서전, 미화된 회고록과는 단절하고자 했다. 그는 자신의 부끄러운 순간들-거짓말, 질투, 질병, 방황, 실패-까지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가 어릴 적 도둑질을 해놓고 하녀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일, 바랑 부인에 대한 애증, 친구들과의 오해, 파리에서의 조롱, 계몽주의자들과의 갈등 등등.
<고백록> 말미에서 그는 자신에게 향하는 세상의 오해와 배척을 견디기 위해 이 기록을 남긴다고 밝힌다. 그는 철저히 고립된 채, 스스로를 향한 판단을 독자에게 맡긴다. “훗날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고, 나의 의도를 오해하지 않고, 내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구원받은 것이다.” 그는 진실은 언젠가 이해된다고 믿었다.
<고백록>은 그의 사후 1782년, 프랑스혁명을 앞둔 시기에 출간되었다. 당대에는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곧 유럽 전역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개인의 내면을 중심으로 한 자서전 형식은 이후 괴테, 푸르스트, 톨스토이 등의 문학과 니체, 프로이트 등의 사상에 영향을 끼쳤다. ‘개인의 진실한 기록’이라는 형식은 이후 근대문학의 핵심이 된다.
루소는 마지막까지 자연 속에서 살기를 원했다. 그는 생피에르 섬의 에르므농빌 저택에서 홀로 책을 읽고 식물을 분류하며 생을 마감했다. 그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글을 남겼다. <에밀>, <사회계약론>, 그리고 <고백록> 이 세 작품은 근대인의 탄생을 알리는 문명사의 이정표였다.
그는 유언처럼 이렇게 남긴다. “나는 이제 나의 마지막 고백을 마친다. 내 삶이 불완전했다면, 그건 나의 본성이 완전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한계 속에서 나 자신을 정직하게 드러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영혼을 세상에 내보였다. 그것이 나의 증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