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발간된 <행복한 부시, 불행한 세계>라는 책이 있다. 몰리 어빈스와 루 두보스 등 두 명의 저널리스트가 집필한 이 책의 원제는 <The short but happy political life of George W. Bush>이다.
책은 유엔안보리가 반대하고 세계 각국에서 끊임없이 일고 있던 반전시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라크 침공을 준비하고 있던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결국 그는 그해 3월,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으며 9·11 테러 세력을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전쟁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라크에서 WMD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고, 후세인과 알카에다의 내통 흔적도 없었다.
부시는 전쟁을 위해 착실히 밑밥을 깔아왔다. 2002년 연례 국정연설에서 이란, 이라크,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이자 ‘불량국가(Rogue State)’로 규정하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부시가 자신의 정치적 결단에 만족하며 행복해할수록, 세계는 테러의 악순환과 불안정이라는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부르는 공포
시간이 흘러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이르러서도 이 위험한 그림자는 반복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국제 질서를 흔들었다.
실제로 그는 이란과의 핵 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2020년 이란의 실권자 솔레이마니를 사살하는 등 중동 정세를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당시 민주당 등 반대파들은 트럼프의 이러한 독단적인 군사 행동이 의회의 승인 없는 불법적인 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그의 직무 수행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을 언급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트럼프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을 범죄 집단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압박하고, 중국을 겨냥한 전방위적 무역 전쟁을 벌이며 지구촌 경제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가 자신의 SNS를 통해 쏟아내는 거친 언사와 상대국에 대한 위협은 국제 사회의 자존감을 무너뜨렸고, 세계는 그의 다음 ‘입’에 신경을 세우며 불안과 초조 속에 지내야 했다.
진짜 위협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 이 시점에서 진짜 ‘불량국가’와 ‘악의 축’은 누구인가. 부시 시절의 오만이 트럼프의 독단으로 재현되는 이 상황은 강렬한 데자뷔를 불러일으킨다.
언어학자이자 비판적 지성인 에이브럼 노엄 촘스키 MIT 교수의 서늘한 일갈이 다시금 귓가를 때린다.
“인류 평화에 대한 최대의 위협은 바로 미국이다.”
자신의 신념과 이익에만 매몰된 지도자가 ‘행복’한 미소를 지을 때, 그 대가는 지구촌 전체의 ‘불행’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 목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