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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 고백록⑧] “나는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살아나기 시작했다”

장자크 루소(1712~1778)의 <고백록>은 서구 근대 자서전 문학의 출발점이자, 인간 내면에 대한 가장 용기 있는 탐구의 기록입니다. 루소는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며, 부끄러움조차 숨기지 않고 진실을 드러냅니다. <아시아엔>은 루소의 원전을 바탕으로 그의 유년기부터 철학자로서의 성숙, 글쓰기를 통한 구원, 그리고 고립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10회로 나누어 싣습니다. 연재를 통해 우리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넘어 ‘나는 고백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한 인간의 선언을 마주하게 됩니다. <편집자>

루소는 드디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첫 문학작품 <나르시스>를 발표하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는 좌절하지 않는다. “세상의 평가는 유행을 따르지만, 진실은 시간을 따른다”고 적으며, 작가로서의 확신을 키워간다. 이후 그는 <학문예술론>으로 프랑스 학술원 공모에 응모했고, 이 작품이 당선되며 비로소 철학자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이전까지 루소의 삶은 감정의 급류 속에서 흔들리는 조각배 같았다. 그러나 방황과 이별, 자아의 혼란을 거친 뒤 그는 마침내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정리하고, 세계와 자신 사이의 관계를 다시 짜기 시작한다. 그는 말한다. “내 인생은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날부터 비로소 시작되었다.”

루소는 파리로 돌아와 음악과 연극을 접목한 작품을 구상하며 본격적으로 문학의 문턱에 다가선다. 당시는 오페라가 귀족 사회의 중심 오락이었고, 루소는 자신이 경험한 감정과 철학을 음악극 형식으로 담고자 한다. 그는 곧 <음악극 개혁론>으로 알려진 이론을 정리하며 프랑스 오페라계에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프랑스식 오페라가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인위적이라 비판하며, “감정을 노래하지 않는 음악은 기계음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이 무렵 루소는 드디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첫 문학작품 <나르시스>를 발표하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는 좌절하지 않는다. “세상의 평가는 유행을 따르지만, 진실은 시간을 따른다”고 적으며, 작가로서의 확신을 키워간다. 이후 그는 <학문예술론>으로 프랑스 학술원 공모에 응모했고, 이 작품이 당선되며 비로소 철학자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다.

<학문예술론>에서 루소는 지식과 예술이 인간의 도덕을 타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몽주의자들의 생각과 정면으로 충돌한 이 주장은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문명과 진보를 무조건 긍정하는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오히려 문명이 인간의 본성과 자연으로부터의 이탈을 촉진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인간은 본래 선하다. 그러나 문명은 그를 경쟁하게 하고, 거짓말하게 하며,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게 만든다”고 단언한다.

이 사상은 그가 젊은 시절 바랑 부인과의 전원 생활에서 체득한 경험, 그리고 귀족 사회에서 느낀 불편함, 모순, 위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현실 사회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새로운 인간상과 사회질서를 구상하기 시작한다. 이 시점부터 루소는 단순한 회고자가 아닌, 시대의 사상가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그의 글은 단지 철학적 주장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문체의 아름다움과 감정의 깊이로도 주목받는다. 그는 “나는 이성보다 감정으로 세상을 본다”고 고백하며, 인간의 감정과 상상력에 기초한 사유 방식을 지향한다. 이 감성 중심의 접근은 이후 낭만주의 문학의 출현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파리에서 루소는 드디어 철학자들과도 교류하게 된다. 볼테르, 디드로, 달랑베르 등 당대의 계몽주의 사상가들과 우정을 맺으며, 그는 한동안 ‘백과전서파’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하지만 곧이어 그의 사상은 이들과 충돌한다. 디드로는 루소의 감성주의를 “비이성적 감정 과잉”이라 비판했고, 루소는 디드로의 합리주의를 “냉소와 공허”라고 받아친다. 이 갈등은 훗날 루소가 점점 고립되어 가는 원인이 되지만, 그로 인해 그는 더욱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된다.

루소는 이제 글을 쓰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고 느낄 만큼, 문학은 그의 삶의 중심이 된다. 그는 자신이 직접 겪은 사랑, 이별, 외로움, 방황을 기반으로 새로운 소설 <신엘로이즈>를 구상하기 시작하고, 동시에 인간의 도덕과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 집필에 몰두한다.

이 시기의 루소는 “나는 더 이상 남의 철학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 내 안에 있는 철학을 듣기 시작했다”고 선언한다. 그는 스스로의 내면을 관찰하고, 삶의 경험을 논리로 연결하고, 사유를 감정으로 채색하며 완전히 새로운 철학적 글쓰기를 시도한다. 이 모든 과정이 그의 ‘고백록’ 집필의 기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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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석

'조국 근대화의 주역들' 저자, 傳奇叟(이야기꾼), '국민일보' 논설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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