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잠깐 여행왔다가 4년째 머물고 있죠”

<사진=박소혜 기자>

‘예술경영’ 공부하는 이란 유학생 크리스틴

이란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크리스틴(Christine). 지난 11월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의상페스티벌’에 대학원 동료들과 함께 찾아와 행사를 눈여겨봤다. “한국인이 한복 입은 모습은 많이 봤지만, 세계 각국 대사들이 한복을 입으니 색다르네요. 한국문화를 받아들이려 하는 것 같아 보기 좋고, 한복이 이렇게 다양한 옷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크리스틴은 예술기획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2010년 한국땅을 밟아 어학당에서 한글을 처음 배운 뒤 지금은 한세대학교에서 음악예술경영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아시아기자협회(AJA)와 아시아엔(The AsiaN)에서 재한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니어아자(AJA)리포터’ 과정에 참여했고, 한국정책방송(KTV) ‘글로벌리포터’로도 활동했다. 한국에서는 인터뷰기사에 나이를 넣는다고 하니, 그냥 30대라고만 해달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나이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다”며. 활동적이고 쾌활한 성격의 크리스틴은 “앞으로 한국에 계속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의 한국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됐나.
“어릴 때 TV에서 88서울올림픽을 봤다. 그때 처음 한국을 알게 됐는데 태극마크처럼 생긴 서울올림픽 로고가 너무나 예뻐서 생일케이크에 새겨달라고 할 정도였다. <아리랑TV>로도 한국을 봤는데 자연환경이 맘에 들었다. 한국드라마 <주몽>을 보면서 이란과 비슷한 역사에 친숙함을 느꼈다. 단군과 사이로스, 고구려와 페르시아가 비슷하다. 그래서 한국문화를 체험하러 여행을 한번 오려고 한 건데, 1주일 여행비용이 500만 원 정도였다. 너무 비싸서 엄두를 못 내다가, 서울대 어학당에서 3개월간 한글을 배우고 기숙사에 머무는 비용이 300만 원 정도라는 정보를 들었다. 그래서 한글을 배우러 2010년 한국에 오게 됐다.”

-유학생으로 온 것이 아닌데, 오래 동안 한국에서 지낸다.
“이란에서 나자프 아바드(Najaf Abad)대학 전자통신공학과를 졸업하고 취직해 회사에 다녔다. 한국어만 배우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한국문화와 사람들이 좋아졌다. 김치찌개도 처음엔 못 먹었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음식이다. 공대를 나왔지만 예술적인 취향을 살리기 위해 계속 한국에서 생활하며 대학원 진학을 준비했고, 지금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됐다.”

크리스틴은 아시아기자협회(AJA)와 ‘아시아엔(The AsiaN)’에서 재한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니어아자(AJA)리포터’로 활동했다. <사진=김남주 기자>

-한국문화를 체험하니 어떤가. 생각했던 그대로인가.
“한국어처럼 이란어도 존댓말과 반말이 있다.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것도 비슷하다. 결혼상대자에 대해 부모 허락을 받아야 하는 문화도 같다. 하지만 한국은 언어가 하나고 전통의상도 한복 하나지만 이란은 지역마다 전통의상이 다르고 언어도 이란어 외 다양하다는 차이가 있다. 한국문화가 좋아서 여기서 계속 일하며 살고 싶은데, 가끔은 한국 사람들이 단일문화 전통 때문에 그런지 외국인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이란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나.
“최근 이란은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대학교육 이상 받은 사람들은 캐나다나 호주, 유럽 등으로 나가 사는 경우가 많다. 고교 때 같은 반이던 동창 25명 중 10명이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오빠는 호주에서 살고 동생 둘도 각각 독일과 스페인에서 산다.”

-가족들과 떨어져 사니 보고 싶겠다.
“스카이프와 같은 화상전화를 주로 이용한다. 동생이 몇 년 전 한국에 놀러온 적이 있는데 송파에 있는 ‘올림픽공원’에 데려 갔다. 내가 한국에 온 계기가 바로 올림픽이었으니 그 상징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에선 이란을 아랍권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란과 터키는 아랍어가 아닌 고유 언어가 있어서 아랍권이 아닌데 한국에서는 이란을 잘 모르더라. 그건 외국인이 한중일 사람들을 구분 못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과 일본 사람들을 구분하지 않나.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란인, 터키인, 아랍인을 90%는 구분해 낸다. 그만큼 독특한 이란 문화가 있다. 지금은 핵문제로 미국이 제재를 걸어 이란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는데, 수출입금지가 풀려서 모든 나라들과 거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란에는 한국산 전자제품과 자동차가 많다. 이란의 주력품인 피스타치오, 수공예품, 구리 등도 널리 알려지기 바란다.”

<사진=김남주 기자>

-꼭 알리고 싶은 이란 문화는?
“내가 태어난 도시 이스파한(Isfahan)에는 세계에서 하나 뿐인 베이지색 모스크가 있다. 정말 예쁘다. 다른 모든 모스크는 파란색 지붕이다. ‘로미오와 줄리엣’과 비슷한 ‘시린과 파르하드(Shirin and Farhad)’라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터키나 이집트 못지않은 관광자원과 유적이 이란에도 많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란에 올 때 여성들은 히잡을 대신해 스카프를 머리에 둘러야 하는 것도 기억해 달라.”

-꿈은 무엇인가.
“예술가들이 좋은 작품이나 공연을 잘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예술과 마케팅을 결합한 공연기획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싶다.”

크리스틴은 학교 과제로 제출한 공연기획서를 보여줬다. ‘장애인들이여, 능력을 펼쳐라’라는 주제로 각국 장애인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비장애인에게도 가르쳐 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국제행사다. 음악회와 함께 열리는 ‘2014 장애인 페스티벌’을 실현하기 위해 파트너를 찾고 있다.

“세계의상페스티벌을 보고 나니 제 꿈이 더 많아졌어요. 의미 있는 국제 공연을 마련해 각국 사람들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하고 싶어요. 한국에서 그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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