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인규베이터’ 이스라엘 군
군경력 직장으로 연결…정예 엘리트 양성 ‘탈피오트’
이스라엘을 키운 원동력으로 교육과 함께 병역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이스라엘은 남녀 모두 병역의무를 부과한다. 18세부터 징집대상이 돼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 간 복무한다. 이 의무복무 기간을 교육에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군수산업은 물론 기술분야 전반에 걸쳐 군복무가 취업의 연장선에 있다.
이스라엘은 고등학교 때부터 재능을 발굴해 방위군(IDF) 복무 때 적재적소에 근무하도록 한다. 정부가 군복무자들에게 대학교육과 기술훈련을 전폭 지원한다. 그래서 대부분 군복무가 끝날 때쯤이면 해당 분야 기술자로 자라난다. 자연히 전역 후 취업으로 연결된다. 기업의 직원 채용에서 군 경력은 중요한 참고사항이다. 공직 진출에도 군 경력은 필수다.
투비아 이스라엘리 전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의 병역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현실적으로 이스라엘 사회에서 군복무를 하지 않은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 지도층은 더욱 엄격하다. 군대를 안 다녀 온 사람이 고위공직에 오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군복무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군에서 받은 교육으로 전역 후 취업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와 개인에게 모두 바람직한 윈-윈 시스템인 셈이다.”
군 복무가 교육과 연계된 정점에 ‘탈피오트(Talpiot)’가 있다. 최근 한국에서 ‘창조경제’를 거론하면서 부쩍 관심을 끈 특수부대다. 탈피오트는 고교 졸업생 중 성적우수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치러 한해 50~60명을 선발하는 영재개발 프로그램이다. 이스라엘 공군과 무기기술산업발전위원회가 후원하고, 이스라엘 최고 명문대학인 히브리대학이 교육을 주관한다.
선발된 인재들은 공군부대에서 숙식하며 히브리대에서 물리·수학·컴퓨터공학 등 전공과목을 40개월 간 공부한다. 군사훈련은 방학기간 중 2~3주간 받는다. 과정을 이수하면 이학사 학위를 받고 소위로 임관한다. 탈피오트 출신자들은 현역병 복무기간인 3년에 6년을 더해 총 9년 간 의무복무한다. 대부분 군이나 방산업체에서 연구요원으로 일하지만 자원할 경우 전투부대로 배속되기도 한다. 이스라엘엔 사관학교가 따로 없다. 1979년 도입된 탈피오트 프로그램으로 배출된 인재가 700여 명에 이른다. 이들 정예요원 전역자 중 상당수가 IT·BT산업 중심의 벤처기업에 투신했다.
이스라엘에 주재해온 이수리 ‘뉴스팔라펠’ 운영자는 탈피오트의 성공요인을 군이 첨단기술 연구·개발과 실용화를 직접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시스템 개발은 외주 주고, 무기체계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한국의 경우 아무리 우수한 인재를 뽑는다 해도 이스라엘처럼 군에서 교육·활용하기 어렵다. 한국 군은 거대한 소비집단일 뿐 창조기능이 없기 때문에 군에서 배울 것이 없고, 배워도 사회에서 쓸 데가 없다. 극소수 엘리트 양성과정인 탈피오트만 보고 한국 군 개혁 모델로 삼으려 한다면 넌센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