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평양 네트워크 경제권 만들자


‘초국경 광역경제권’ 구축 세계적 추세

세계경제 침체 상황에서 각국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한국도 이제 몇몇 산업분야를 제외하고는 머지않아 주요산업의 성장 동력을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동안 간과했던 남북한 경제협력의 잠재력을 다시 돌아보고, 한반도의 미래 설계에 북한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기존의 남북한 관계는 정치적, 이념적, 군사적, 사회적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진행되어 왔으며, 경제적 협력은 이러한 문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조적 역할에 그쳤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어서, 경제적 협력을 우선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남북한 문제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 나가는 것은 어떨까?

한반도의 평화가 주변 국가들의 실질적인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구상하고 이를 설득할 수 있다면 남북한 통일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얻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평화적 경제협력을 통해 동북아에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이 과정에 참여한 주체들이 함께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었던 북한을 동북아의 평화지역으로 변화시키고 글로벌 경제 중심지로 새롭게 전환시키는 것은 멋진 일이 될 것이다.

새로운 경제협력 방안은 남한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형태가 아니라, 남북한이 상생적인 협력을 통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남북한 경제협력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서울과 평양을 연결하는 경의선축과 인근 서해안 거점도시들을 서로 연계하는 ‘서울-평양 네트워크 경제권’을 제안한다. 인구와 산업시설이 집중되어 있는 남북한 공동의 초국경적 광역경제권으로 만드는 것이다. 초고속 교통·통신망 등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을 통해 남한의 산업역량이 급속하게 북한으로 확산될 수 있으며, 동시에 북한의 상대적 경쟁력을 남한이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상생적 경제활동의 무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서울-평양 경제권에서 이루어지는 산업협력은 네트워크 경제 효과에 의해 새로운 방식으로 분업구조가 형성된다. 산업별 비교우위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하여, 북한은 노동·자원 기반 산업에 집중하고 남한은 기술·자본 기반 산업에 집중하는 형태로 분업구조를 재편한다. 또한 지식·네트워크 기반의 신성장산업 분야는 남북한이 함께 추진하는 방식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남북한의 경제가 하나의 생명체와 같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상호보완적인 산업협력 체계로 전환되는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확산되고 있는 ‘초국경적 광역경제권’ 전략은 남북한이 서로 다른 정치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도 긴밀한 경제협력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네트워크 경제’ 이론은 남북한 경제협력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하고 새로운 산업 분업구조 모델을 구상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신경제 체제에서는 물질적 생산요소를 반드시 직접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착안하면, 북한은 남한이 보유한 산업 역량과 인프라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경제성장의 동력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평양 네트워크 경제권을 성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일정한 단계까지는 남북한의 인구 이동을 제한하고, 투자 컨소시엄의 구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등 국가 차원의 적극적 개입이 요구되는 부분이 있다. 남북한 경제협력 과정에는 다양한 외부 주체도 투자할 수 있도록 개방하되, 아울러 주요 기간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대비책 마련도 필요하다. 또한 남한은 북한의 국제협력 관계가 성숙되기 전까지 대외창구역할을 담당하면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울-평양 경제권은 미래 한반도의 경제성장과 정치통합의 중심축으로 발전하고, 세계의 여러 광역경제권들과 경쟁하면서 동북아의 중추적 경제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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