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엘 고님, “한국의 교육제도 배우고 싶다”

이집트 혁명의 기수 와엘 고님, ‘교육혁명’을 꿈꾸다

<레볼루션 2.0>의 저자, 이집트 민주화 혁명의 기수 와엘 고님(Wael Ghonim?33)이 한국을 찾았다. ‘스마트 세계평화포럼 2013’ 발제자로 초대된 고님을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로 찾아가 만났다. 그는 “한국에서 내 책도 나오고 한국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이번이 첫 방문”이라고 했다.

구글 중동?아프리카 책임자인 그는 현재 장기휴가를 내고 이집트 카이로에서 교육 NGO인 ‘나바닷(Nabadat?맥박)’ 재단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혁명 후 이집트의 혼란상을 보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님은 구글 이미지가 프린트된 아이패드 미니를 꼭 끼고 있었다. 그 작은 태블릿PC에 최근 출시된 로지텍 키보드를 부착했다. IT 전문가다운 면모였다. 그는 태블릿PC를 통해 ‘나바닷’ 홍보영상을 보여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랍어라 이해는 못하겠지만 그래픽이 재미있다.

“우리 콘텐트는 풍부한 그래픽과 여러 가지 신기술을 적용해 알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소개해 달라.

“이집트 민주화혁명 후인 2011년 6월 교육 NGO ‘나바닷’을 설립했다. 교육과 지식나눔 문화를 전파하는 단체다. 우리는 무료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제공한다. 묵스(MOOCs), 코세라(Coursera), 칸 아카데미(Khan Academy)와 비슷하다. 현재 150개의 교육 영상물이 올라있고 300만 명이 보고 있다. 이집트 청소년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모든 아랍인들이 볼 수 있다. 직원은 50명이며, 40~5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콘텐트 제작을 돕고 있다.”

-특별히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있나.

“이집트의 빈곤, 부정부패, 사회갈등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교육이라 생각했다. 교육이 변화하면 많은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이집트의 인터넷 사용자는 10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전체 인구(8200만명) 대비 인터넷 사용자가 적다고 볼 수 있지만 변화를 일으키기엔 충분하다.”

-한국 방문 소감은.

“오기 전 한국에 대해 많은 책을 읽었고, 다큐멘터리 영상을 봤다. 실제 와서 보니 흥미롭다. 특히 교육에 관심이 많아 교육연구단체, 정부기관, 학교를 방문해 한국의 교육제도를 알아 가고 싶다.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도 만들고 싶고. 내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처럼 나의 경험을 나눌 수 있어 기쁘다.”

“이집트 독재정권 후유증 앓고 있는 과정”

– 이집트 민주화 혁명에서 당신의 역할은 매우 컸다.

“나를 이집트 민주화 혁명의 리더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아니다. 난 단지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한 사람에 불과하다. 민주화 혁명을 위해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왔고, 그들의 노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어쨌든 이집트인으로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민주화된 조국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민주주의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인식이다.”

-독재자를 몰아냈지만 사회상황은 더 혼란스러워 보인다.

“과거 오랜 독재시대의 후유증이라고 생각한다. 혁명은 과정이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민주화는 시간이 필요하다. 혁명 후 무슬림형제단(Muslim Brotherhood)이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으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 때문에 실망하고 있다. 2011년 1월25일 거리로 뛰어나왔던 사람들은 이념적이지도 정치적이지도 않았다. 그들은 단지 이집트가 더 나아지길 원했다. 많은 아랍인들이 이집트 혁명이 실패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기억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집트를 통해 전체 아랍세계가 더 나은 세계가 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과도기다.”

-학창시절부터 컴퓨터에 빠져 살았다고 들었다. 당신에게 IT는 무슨 의미인가.

“IT는 소통을 뜻한다. 이를 통해 도시간, 국가간 장벽이 사라졌다. 우리는 전 세계인들과 언제 어디서든 대화할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서로를 존중하며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IT는 또한 협력이다. 위키피디아를 보라. 이 플랫폼은 인터넷의 장점이 집대성된 공간이라 생각한다. IT는 정보의 대중화를 이끌어냈다. 정보의 편향성은 좋지 않다. 그것이 권력이 되기 때문이다. 정보는 동등하게 공유되어야 하는데, IT가 이를 이룩했다.”

“SNS 단점 있지만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전 세계적으로 자본의 양극화가 심하다. IT는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이미 IT가 이런 차이를 줄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을 통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됐다. 상상할 수 없는 비참한 삶에 충격 받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상호의존적이 돼가며 결국 세상의 여러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하는 지점에 왔다.“

-소셜미디어의 폐해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SNS가 우리 삶의 한 요소가 됐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단점이 없을 수 없다. 정보과잉, 수동적이 돼가고,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다. 우리는 이 툴을 효울적으로 다뤄 긍정적인 측면이 부정적인 측면을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

와엘 고님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인터넷 가상세계에 푹 빠져 살았다. 카이로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뒤로는 인터넷 통신비를 감당하느라 학업을 중단하고 돈을 벌 정도였다. 이런 경험을 살려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로 성장했다. 2008년 구글에 입사해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마케팅 담당 이사로 활동했다. 그의 나이 채 서른도 되지 않을 때였다.

다른 이집트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부모세대로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고 성장했다. 주변에서 친구들이 일상적으로 독재정권의 사찰, 체포, 고문에 희생되는 것을 보면서 서서히 현실세계에 눈을 떴다.

그러던 중 비리경찰의 모습을 촬영해 유투브에 올렸다가 경찰관에게 폭행당해 숨진 칼레드 사이드 사건이 일어났다. 고님은 그의 억울한 죽음을 보고 2011년 초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이 사이트는 순식간에 이집트 전역으로 확산됐고 고님은 이를 주동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가 2011년 1월27일 공권력에 의해 실종됐다가 2월7일 석방되는 과정은 이집트 혁명의 기폭제가 됐다. 그는 이집트 민주화 시위 1주년을 맞아 그 과정을 담은 책 ‘레볼루션 2.0’을 펴냈다.

트위터는 와엘 고님이 2월12일 올린 ‘이집트여,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는 트윗을 ‘2011년 최고의 트윗’으로 선정했다. 이어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1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첫번째 인물로 올랐고, 존 F. 케네디 재단으로부터 ‘용기 있는 인물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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