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 칼둔 ‘무깟디마’ 국내 첫 원전 완역, 김정아 박사


토인비가 극찬한 아랍이해 필독서

<알-무깟디마(al-Muqaddimah)>. 한때 <역사서설>이란 이름으로 영역본 축약번역판이 나온 바 있는 이븐 칼둔(IbnKhaldun, 1332~1406)의 역사책이다. 무깟디마는 ‘꾸란’, ‘알 무알 라까트(정형장시)’와 함께 아랍문화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꼽힌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인간이 만든 역사철학서 가운데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이 책의 온전한 원본 번역판이 최근 원제와 같은 ‘무깟디마(소명출판)’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김정아 한국외대 아랍어과 강사가 6년에 걸쳐 번역한 550쪽 두 권의 두툼한 결실이다. 서울 한국외대에서 만난 김 박사는 “이렇게 어려운 작업일 줄 알았으면 손 안 댔을 것”이라며 웃었다.

“중세 아랍 사회와 문화 배경지식이 짧아 힘들었지만, 대학자의 글을 옮길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고, 한 분의 스승을 만난 기분이었죠.”

아랍 고전이 번역됐지만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랍에 대한 관심이 미약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존에 알려진 제목 대신 원제를 고집한 영향도 컸다.

“역사서설로 널리 알려져 있어 그렇게 할까도 생각했지만, 원본 제목에 충실하기로 했지요. 아랍어 전공자의 자존심이라고 할까요? 애써 알리지 않아도 역사, 정치 공부하는 분들은 언젠가 찾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는 책의 원제목과 저자이름부터 정확하게 불리기를 원했다.무깟디마저자는 우리말로 ‘이븐 할둔’이라 표기돼왔다.그러나 김 교수는 “음성학적으로 이븐 칼둔이 정확한 발음”이라며 “책이 나온 뒤 스승에게 드렸더니, 이제야 이 양반이 제 이름을 찾았다며 기뻐하셨다”고 전했다.

14세기에 집필된 이 책은 기탑 알이바르(Kitab al-‘ibar) 전 7권 중 서문에 해당한다. 서문만 번역한 이유에 대해 그는 “방대하기도 하지만 겹치는 내용이 많아 서양에서도 제1권 무깟디마만 출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번역에 꼬박 6년 걸려

무깟디마는 인류 최초로 역사를 학문으로 정립시킨 저작으로 꼽힌다. 이븐 칼둔은 이 책에서 이슬람 역사를 바탕으로 마그레브(아프리카 북서부 일대 아랍권) 문명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이전의 역사서들이 단순히 사건을 나열한 반면, 무깟디마는 역사적 변화와 함께 그 기원과 흥망 요인을 고찰함으로써 정보와 성찰에 근원을 둔 역사서를 지었다.

특히 널리 알려진 ‘아싸비야(연대의식 또는 집단의 결속감)’ 이론이 이 책에서 나온다. 이븐 칼둔은 이슬람 군소 왕조의 흥망을 체험한 뒤 왕권의 속성과 왕조 진행과정에 대한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아싸비야’를 논술했다. 역사는 결속력이 강한 연대집단의 지배 순환구조라는 것이 그 핵심이다.

김 박사는 번역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많이 발견했다고 한다. 예컨대 12세기 ‘이드리스’란 지도에 신라가 언급된 부분, 당시 널리 퍼졌던 ‘자이라자’ 점괘, 산파에 대한 상세한 기술 등이다.

“놀란 게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백과사전적 지식이라고나 할까, 군주의 도리부터 기후대까지 각 주제를 한 챕터로 설명한 것을 보고 지식의 방대함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13~14세기 바스라와 바그다드는오늘날의 뉴욕과 같은 문명 중심지였어요.그 원형을 그들의 언어로 들여다 본다는 것 자체가 가슴 벅찬 일이지요.”

김 교수는 고교 시절 레바논 시인 칼릴지브란의 글에 빠져 아랍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외대 아랍어과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대학원에서 ‘자히즈의 수전노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 아랍문학연구 제2세대로 주요 관심분야는 그리스사상과 중세아랍문학이다.


이븐 칼둔은

이븐칼둔은 이슬람 사상 최고의 역사철학가이자 중세 최고의 지성으로 불린다. 마그레브, 안달루스 학자들과 문인들이 모인 학문과 문화의 중심지 튀니스(튀니지의 수도)에서 태어났다. 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코란 암송, 하디쓰, 아랍 어학, 수학, 논리, 철학 등 양질의 교육을 받았다. 자신만의 사상을 바탕으로 이상정치를 실현하려 했던 그는 왕권 찬탈의 정쟁에서 벌어지는 음모, 배신을 경험한 끝에 현실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물러나 저술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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