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잉락 총리, 국방장관 겸직 ‘주목’

“탁신-군부와 관계개선 신호”, “군부 장악 시도” 관측 엇갈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가 30일 집권 중반기 개각을 통해 국방장관을 겸직해 배경과 앞으로 국방장관으로서 역할이 주목된다.

지난 2011년 8월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대리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총리가 된 지 약 2년 만이다.

아시아 지역 국가에서 여성 국방장관은 처음이다.

태국에서 군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군부는 1932년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18차례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로 권력 구조를 조정하고 난 뒤 민간 정부가 들어서도록 권좌에서 물러났다.

잉락 총리의 오빠인 탁신 전 총리도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해외로 도피해 지금까지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

군부는 이처럼 반복해서 민간 정부를 전복시켰으나 태국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축의 하나이기도 하다.

잉락 총리는 국방장관으로서 이런 군을 총괄 지휘하게 된 것이다.

방콕포스트는 최근 군 고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잉락 총리와 군 지도부의 관계가 돈독하며 군이 잉락 총리를 국방장관으로 받아들이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의회 의석 500석 중 377석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탁신 전 총리 정부 때보다 잉락 총리가 군을 더 원활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반해 제 1야당 민주당 대표인 아피싯 웨차치와 전 총리는 잉락 총리가 국방장관을 겸직한 것은 군 인사에 개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장관은 인사를 담당하는 군위원회의 위원 중 한명이다.

군은 오는 10월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있다. 특히 군부의 최고 실세로 간주되는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이 3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거취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번 개각에 탁신 전 총리의 입김이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도 주목거리다.

잉락 총리가 국방장관을 겸임하는 것도 탁신 전 총리의 의중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없지 않다.

탁신 전 총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른바 ‘레드 셔츠’ 운동가 2~3명도 이번에 입각해 탁신 전 총리는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임을 다시 입증했다.

그러나 언론들은 최근 잉락 총리가 오빠인 탁신 전 총리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지도력을 확립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잉락 총리가 국방장관으로서 군을 통솔하는 실세가 될지, 아니면 상징적인 역할에 머물지, 군부와 탁신 전 총리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가교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현경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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