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매장량 세계 3위 ‘이라크’ 진출하려면

19일 대한상의서 열린 이라크 경제전망 세미나에 20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해 이라크 재건사업에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이라크 진출 세미나에 기업 관계자 대거 참석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지 10년이 됐다. 독재자 후세인은 물러났지만 이라크는 여전히 ‘겨울’이다. 종파, 정파간 분쟁은 끊임없고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불안하다. 이라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비효율성 등을 생각하면 더욱 암울하다.?

이런 가운데 19일 대한상의는 중동전문가인 서정민 외대교수, 손성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동팀 연구원, 칼리 알 모사위 주한 이라크대사를 초청해 ‘이라크 정치경제 전망과 진출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정부서도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 국가에 대해서 진출전략 세미나라니. 이유가 있었다. 이라크 정부는 ‘오일머니’를 앞세워 2017년까지 275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국가 재건에 쏟아 부을 계획이다.?

이라크 재건사업에 업계의 관심도 뜨거웠다. 이날 세미나에는 LS산전, 코오롱건설, 한국가스공사 등 업체 관계자 2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비자, 관세, 중국과의 경쟁, 거주비용, 우회 수출 등에 대해 묻고 들었다.

이라크 OPEC서 산유국 2위… 일일 900만 배럴 생산?확대

이라크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확인한 재래석유 매장량 기준 세계 3위(1431억 배럴) 국가다. 작년에는 국제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이란을 제치고 2위의 산유국으로 올라섰다. IEA는 이라크가 앞으로 10년간 전 세계 원유 증산량의 4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2012년 이라크의 석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330만 배럴이었다. 이라크 정부는 2017년까지 하루 평균 생산량을 900만 배럴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IMF는 올해 원유증산과 재건사업으로 이라크 GDP가 14.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손성현 연구원은 19일 세미나서 “이라크는 장기적으로 중동에서 가장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국가”라며 “미군 철군 이후 대외경제관계의 중심축을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어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칼리 알 모사위 주한 이라크 대사는 손 연구원의 대외경제관계의 아시아 이동 주장에 힘을 실어 줬다. 그는 “과거 이라크의 교역 및 투자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터키와 수자원 문제가 발생했고, 정부의 대외경제 기조가 다변화를 추구하면서 아시아국가들과 협력관게를 증진 중에 있다”며 “특히 인프라 구축 사업은 아시아 국가들과 하자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현명 이라크 대사는 최근 <연한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라크는 15세 이하 인구가 전체의 41%를 차지하고 평균 연령이 21세 정도로 젊은 국가이기 때문에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젊은 인구가 경제성장과 맞물릴 경우 소비력을 갖춘 중산층이 풍부해질 것이다. 또 계기만 주어진다면 찬란한 문명과 역사를 가진 국민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국가“라며 ”이란이 유엔 제재 등으로 중동 지역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지정학적, 역사적 중심국가로서 역내에서 이란의 역할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서정민 외국어대 교수는 “이라크에 정치적 불안 요소가 상존하지만 대다수의 이라크 국민이 안정화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더디지만 정치 경제 회복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2012년 이후 외국공관 및 기업 대상 테러가 발생하지 않은 것도 고무적이다. 5%의 낮은 관세도 매력적. 외교적으로 아랍 및 서방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으며, 아랍국가 중 인구대비 수자원이 가장 풍부하고, 아랍 산유국 중 인구 대국으로 분류돼 시장 및 구매력 조건이 양호한 점도 이라크의 장점이다.?

(왼쪽부터) 서정민 외국어대 교수, 손성현 대외경제정책硏 연구원, 칼리 알 모사위 주한 이라크 대사

위험과 기회 공존… 단기적으로 에너지 관련 대기업 진출 유리?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이 이라크 재건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며, 당장 빛을 볼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일까.?

결론적으로 이라크 재건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나서기엔 무리가 있다. 분야도 석유생산·개발과 전력·주택부문에 국한할 필요가 있다.?

2013년 이라크 정부의 예산안에 따르면 총 투자지출의 43%를 에너지 부문 투자를 위해 책정했다. 신규 유전을 개발하고 기존 석유시설을 유지 보수하는 일이다. 석유 개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게 우선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급한 해결과제로 판단되는 건설·주택분야 지출도 1.6조 (이라크)디나르에 불과하다.?

진출을 위해 치러야 하는 간접비용도 수익률을 상회한다. 보안 비용 때문이다. 외국 업체들은 불안한 치안 상황 때문에 현지 경호 업체와 계약을 해야 한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 현지 진출한 한국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장기계약이 아니면 2박3일 출장 기준으로 경호비용은 평균 800만원 정도에 달한다. 손성현 연구원은 “1년에 1인당 23만 달러가 보안비용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는 구조다. 저가 입찰을 주도하는 중국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그렇다고 300조에 달하는 시장을 쳐다만 볼 수 없다. 대기업들이 전략적으로 터를 닦을 필요가 있다. 또 중국이나 현지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단순 기술보다는 고부가가치 기술을 요하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손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분명 중소기업이 진출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지만 대기업들은 관계를 다지는 측면에서도 지속적으로 도전해야 한다”며 “지나치게 실리적 이익 추구보다는 장기적인 투자 협력에 대한 강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사진=김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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