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동아시아 권력교체기, “당분간 甲은 없다”

중국 만만찮은 국내정치 난제 ‘수두룩’…경제변수가 한미일동맹 변화시킬수도

동아시아 각국의 권력교체로 ‘6자 회담’ 필요성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오랜 우방인 일본에서 극우정권이 탄생함에 따라 미중 양국 간 외교적 명분 경쟁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중국은 경제·통상 측면에서 한중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양자간 FTA를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이며, 실효성이 낮다는 판단아래 미국 주도로 중국의 고립을 지향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의 외교와 군사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주도면밀하게 기획된 고도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사건대응(Event confrontation)’ 수준의 수동적 양상일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은 거대한 국토와 다양한 민족과 계층,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른 일반민주주의적 요구 등으로 한반도와 남중국해 문제, 일본과의 영토 분쟁 등 다양한 외교적 난제를 당장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는 미중을 제외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전략적 외교안보환경에서 차지하는 힘이 비등해졌음을, 따라서 새로운 자국에 유리한 ‘힘의 관계’를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 경쟁이 매우 치열해질 것임을 의미하고 있다.

지구촌 거대 권력교체 2012년에 집중

2012년 1월14일 지구촌 첫 선거인 대만총통 선거에서 마잉주 총통이 재집권에 성공한 뒤, 3월4일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됐다. 한달 뒤인 4월 북한에서는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했다. 지난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고,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는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가 전면에 나서 G2로 불리는 양국은 새로운 미·중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12월16일 일본에서는 극우 공약을 내건 자민당이 3년3개월 만에 정권을 탈환했고, 사흘 뒤 한국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제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아시아의 비버리 힐스(Beverly Hills)격인 동아시아의 권력이 2012년 한해에 송두리째 교체된 것이다.

동아시아 각국의 권력교체로 군사·외교·정치·경제 모든 분야의 기존 의제들이 전임 지도자들로부터 어떻게 계승되고 혁신될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많은 외교전문가들은 지구촌의 최고 실력자인 G2(미국과 중국)가 어떤 전략과 전술로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중장기적 포석을 구사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2010년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세계 자본주의 부양자로서 체면을 많이 구긴 미국은 중국이 무서운 경제성장세를 등에 업고 국제사회에서 군사외교적인 영향력 확대에 나설 것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 넓다”…새 지도부 집권초기 내치 주력 불가피

지구촌에서 중국의 높아진 기대역할에도 불구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중국 인민들이나 국제사회가 새 지도부에 대한 바라는 압력을 감안할 때 중국의 새 지도부가 직면한 도전들은 너무 엄청나다”면서 “새 지도부는 시급한 국내정치 현안들에 대응하느라 바빠서 외교는 ‘이벤트 대응’에 가까울 것으로 보는 게 진실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함원장은 “갓 출범한 새 지도부는 정치적 배경과 세대, 지역기반이 다르고 계파가 섞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앉아 무조건 타협할 수밖에 없는 집단지도체제(collective leadership)에서 수많은 국내정치적 난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함원장은 따라서 “한국의 외교전문가들이 북한의 로켓발사 등에 대한 중국의 정책이나 움직임을 해석할 때, 중국이 세력 확장 등 중장기적으로 계산된 한반도 정책의 일환으로 보는 경향이 많은데 실은 사건대응의 성격이 짙다”고 주장했다.

실제 중국 새 지도부의 실질적이고 안정적인 권력 장악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고학력자들과 도시 중산층들의 민주화 요구와 그칠 줄 모르는 소수민족의 원심력, 완만해진 경제성장곡선 등 중국 내부정치의 현안이 워낙 엄중해 시스템에 뿌리를 둔 정교한 외교정책은 결코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6자 회담 10주년, 중국 존재감 드러낼 것

지난 2003년 8월27일 제1차 6자 회담이 열렸으니 2013년이면 10년째를 맞는다. 중국입장에서는 당사국인 북한과의 협력과 갈등의 결과가 집약되는 10년이다. 회담 성과, 특히 중국의 존재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2013년 한중외교관계 전망’을 주제로 동아시아연구원(EAI)의 발간물에 기고한 소논문에서 “후진타오에 이어 시진핑도 6자회담 재개에 적극성을 띌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재우 경희대학교 중국어학부 중국대외관계 담당 교수. <사진=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공>

주교수는 특히 “시진핑의 ‘신안보구상(New Security Concept)’이 6자회담 재개에 더 확고한 입장이며, 2013년이 6자 회담 개시 10년차를 맞는 해이기 때문에 가시적 성과가 별로 없더라도 중국은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다른 외교 전문가들도 중국이 북한을 6자 회담장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다른 외교 전략적 주요 관심사와 밀접한 사안에 속하기 때문에 적잖은 인내와 관용을 발휘해 ‘6자 회담’ 환경조성에 나설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교수는 “중국이 북한을 6자 회담으로 이끌어 내지 않는다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가까운 미래에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 중국이 6자 회담 재개에 각별한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 주변국 끌어안기로 군사·외교적 이익 꾀할 듯

중국은 한미일 군사동맹에 따른 군사력 재배치 문제로 이미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은 이를 이유로 해군과 공군 등 군사력 현대화를 지속 추진하면서 끊임없이 정당화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특히 미일합동 군사훈련에 최초 업저버 자격으로 참여해온 한국이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전략에서 비중이 커질지 몰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미일의 한반도 주변 군사훈련이 3국 동맹을 강화시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진핑 시대에도 한미일 군사동맹에 대한 견제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라오스 등 아시아지역에서 전통적 사회주의국가군들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공세적 국가방어계획에 따른 군비현대화를 지향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영토분쟁 문제도 여러 방면의 문제를 동시에 푸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전망됐다. 주교수는 “중국은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 갈등을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간 분쟁과 결부시켜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는 쪽으로 한국의 협력을 얻어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일본에 공동대응하는 식으로 영토분쟁 문제를 한국 끌어안기의 기회로 적절히 활용할 것”이라며 “시진핑 정부는 특히 영토분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런 논란을 제기해 능수능란하게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가 곧 외교다”…한중FTA에 강한 드라이브 예고

중국이 한중자유무역협정(FTA)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과 FTA를 맺은 나라의 전례를 보면, 체결 상대국의 경제적 효익이 더 컸다는 점에서 중국은 FTA를 통해 경제적 이득만을 추구하지 않고, 외려 정치적 이익에 관심이 많다는 것.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과 FTA를 맺어 놓으면 정치 외교적 이견이 있을 때에도 경제적 충격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국과의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노린다는 것이다.

한중FTA로 한중이 지역경제에서 결속을 높여가면 일본은 더욱 고립되는 효과도 있다. 한국입장에서도 한중FTA가 한미동맹의 딜레마를 가중시킬 것으로 보여, 중국의 새 지도부는 한중FTA가 한미일동맹을 약화시키는 측면에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과 일본의 주도로 사실상 자신들을 고립시키는 방향을 뚜렷이 취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에 대해서는 크게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총 11개 나라가 TPP에 참여할 전망이다. 아메리카대륙에서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페루, 칠레 등 5개국이, 동남아시아에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베트남, 브루나이 등4개 나라가, 오세아니아에서는 호주 뉴질랜드가 각각 참여한다.

주재우 교수는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들이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너무 높은 점, 아태경제협력체(APEC)와 같이 정치·군사·외교적 쟁점이 많아 의견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점 등 때문에, 중국은 TPP에 민감하게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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