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 칼럼] 강지원 변호사께···”당신이 진짜 승자입니다”

존경하는 강지원 변호사님!

이제 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많이 힘들지만 보람 있게 금쪽 같은 시간을 보내시리라 믿습니다. 지난 9월1일, 부인 김영란 전 대법관과 함께 참석하여?설립부터 애정을 쏟던 푸르메재단?대표직을 그만 두시던 날 뵙고 꼭 100일이 지났습니다.?1998년 여름, 청소년보호위원장을 하실 때 처음 뵌 이후 가장 오랜 기간 못 만난 듯합니다.

그 한달 전쯤?변호사님 사무실에서 뵐 때도 저는 출마를 만류했었지요. “명분과 현실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둘 다 아닙니다.” 당시 묵묵부답 하시던 것이 출마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출인지는 저도 곧 알아차렸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9월5일, 지금 18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등록한 후보들 가운데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하셨지요. 그 후 지금껏 겪으신 일 가운데, 기쁨이나 보람보다 섭섭함과 아쉬움이 훨씬 클 것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무슨 일만 생기면 쌩 하고 달려와 인터뷰와 방송출연을 요청하던 그 많던 언론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되지도 않을 거 뭐하러 나왔대? 중도 사퇴하고 누구 밀어주려는 것 아냐?”

그뿐인가요? 가깝다고 생각했던 이들조차 발길을 끊는 일도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상상 못할 일이겠지요.

저도 그들 중 하나임을 고백합니다. 주저주저 하다가 오늘에서야 변호사님 편에서 용기를 내 편지를 드립니다.

어제 트위터에 올리신 글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오늘 선거사무실에 ‘개구리소년’ 부모님들이 오셨습니다. 1991년에 실종되어 11년만에 유골로 돌아온 다섯 아이들은 이제 영구미제 사건의 피해자로 남았습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님들은 아직도 누가 아이들을 죽였는지 알기 원합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박근혜 문재인 이정희 후보가 벌이는 두 번째 TV토론에 매스컴의 눈길이 온통 쏠린 바로 이날, 변호사님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민초들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14년 전 변호사님과의 인연이 떠올랐습니다. MBC라디오에 출연한 청소년보호위원회(청보위) 위원장 강지원 검사의 목소리를 들었지요.

-잘 나가던 검사가 왜 청소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초임검사 시절 절도로 붙잡혀온 소년이 있었어요. 도둑질 왜 했냐고 묻고는 신문을 펼쳐들고 읽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5분쯤 있더니 아이가 엉엉 울어요. 왜 우냐고 꿀밤을 주니까 글쎄 ‘검사님, 여지껏 제 이야기를 이렇게 오랫동안 들어주신 분이 없어요. 검사님이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면서 더 크게 엉엉 우는 겁니다. 그때 기억이 아마 지금 이 자리에 오게 한 것 같아요.”

저는 머리가 띵 하면서도 맑아졌습니다. ‘저런 검사도 있구나’ 며칠 뒤 청보위로 찾아가 직접 만났으니 벌써 만 14년 하고도 6달이 지난 일입니다.

그 세월 동안 생각나는 몇 에피소드가 떠오릅니다.

2002년 제가 한국기자협회장을 맡아 변호사님을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으로 위촉하고 얼마 있어, 협회 직원이 변고를 당한 일이 있었죠. 협회는 둘로 나뉘어 연일 갈등을 일으키며 40년 조직이 큰 위기를 맞았을 때입니다. 서초동 사무실로 찾아뵈자 하신 말씀이 제게 이후 ‘기다리는 것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셨죠. “이 회장, 당신 인격으로 꾹 참고, 그냥 시간이 지날 때까지 기다리세요. 시간보다 좋은 약이 없어요.”

또 있지요. 2006년 아시아기자협회 창립이사를 맡으시고 2007년 정부에 의해 사단법인 신청이 반려됐을 때, “법적인 요건이 갖춰졌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문제 아닙니까” 말씀드리자 “아쉽지만 기다려 봅시다. 그러면 풀려요” 하셨지요. 그 뒤 말씀대로 3년이 채 안 돼 다 해결되고 사단법인 아시아기자협회 초대 이사장을 기꺼이 맡아주셨지요.

변호사님께선 제게 ‘기다림의 미학’을 늘 일깨워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번 변호사님의 대선출마가 낯설게 받아들여졌던 것입니다. 때를 기다리며 기회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변호사님의 출사표와 최근 유력후보들을 보며 변호사님의 생각과 다짐이 그다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토록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꿋꿋하게 삶의 자리를 지키고 계시는 훌륭하신 국민 여러분, 얼마나 힘드십니까? 저는 오늘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한국 최초의 매니페스토(정책중심선거) 후보로 출마하기로 결정하였음을 보고 드립니다.(중략)

지금까지 저는 7년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초대 상임대표로서 한국의 정치개혁을 위해 밤낮없이 노력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욕설선거, 흑색비방선거, 돈봉투선거, 편법조직선거, 그리고 지역감정선거가 여전합니다.(중략)

저는 단순히 대통령이 되겠다는 허황된 욕망에서 출마를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정책중심 선거를 통해 지금까지의 선거문화를 확 바꾸고, 지금 이 나라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정책과 실현가능한 약속들을 확실하게 제시해 나감으로써 국민 여러분의 선택을 받고 당선이라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드리고 싶은 것입니다.(중략)

1997년 토니 블레어 수상의 매니페스토 선거는 그 유명한 ‘제3의 길’이라는 선택으로 당선되어 영국정치를 바꾼 사실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매니페스토 정책중심선거를 통해 새로운 선거문화와 정치개혁을 이루어야 합니다.

주변에서는 다들 ‘왜 흙탕물에 들어가려 하느냐’고 말리셨습니다. 아내도 말렸습니다. 그것은 우리 국민들 대부분이 이 나라 정치판을 흙탕물이라고 보고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흙탕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제가 죽기 전에 이 나라 정치판의 흙탕물을 훌륭하신 여러분과 함께 깨끗하게 청소해 놓고 죽어야겠다는 절실한 소명감에 불타고 있습니다.”(하략)

존경하는 강지원 변호사님

애초 출사표대로 경쟁후보들에 대해 욕설 비방은 일체 안하고 매일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정책을 내놓으시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변호사님이 뿌린 희망의 씨앗이 이미 싹을 틔우고 있는 걸 봅니다.

존경하는 강 후보님

제가 최근 만난 3명의 강 후보님 지지자들을 소개하는 걸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YTN 시사프로 진행하실 때 북촌 강 후보 댁에서 차를 얻어 마신 적이 있어요. 제보를 드렸는데, 고맙다며 집에서 차를 대접해 주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69학번으로 대기업 임원 퇴직 후 영업용 택시운전하는 목동 주민)

“모두 다 세력을 앞세워 자기들이 집권해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하는데 믿음이 안 가요. 가장 솔직하고, 또 앞으로 우리나라 선거도 강변호사 스타일로 바뀌어야 하지 않겠어요.”(중앙언론사 30대 정치부 기자)

“강 후보 밖에 찍을 사람이 없어요. 소통마비, 고려대 및 기독교 편중인사 등 엠비정부에서 벌어진 불합리한 일들을 바로잡을 사람은 바로 그분이지요.”(MB정부 고위인사)

존경하는 강지원 후보님!

오는 19일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일이 지나면 누가 진정한 승자인지 국민들은, 역사는 평가하고 기억하며 기록할 것입니다.

1970년대 말 고 박완서 선생의 갈채를 받은 그 꼴찌들이 그후 이 나라 이 겨레의 역사를 새롭게 써오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감출 수 없는?진실입니다.

건승하십시오.

2012년 12월11일

이상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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