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대학생 중동학회 ‘엘 네피제’
미래의 중동 전문가 인큐베이터 “한국과 중동?교류 우리가 책임질게요”?
지난 6일 저녁 서울 신촌 창천교회 카페 엘피스의 세미나실. 10여 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지난주 중동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5분 Talk’ 시간.
“팔레스타인이 UN의 ‘비회원 옵서버’ 자격이긴 하지만 국가로 인정된 게 이번 주 가장 주목할 사항 아니었나 싶다”(정훈선 성균관대 사학과 4년) “미 힐러리 장관은 이와 관련해 ‘중요하지 않다. 인정돼도 변화될 것 없다’는 말을 했고, 캐나다는 ‘이스라엘, 뉴욕, 제네바 외교관을 불러들여 강력하게 항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은 옵저버 자격 투표에 기권했다”(이항 연세대 정외과 1년) “팔레스타인이?자치구역인 가자, 서안, 동예루살렘 지역에서 가장 복잡한 곳은 동예루살렘이다. 예루살렘은 유대인의 메카이면서 우마이 왕조 때 이슬람 첫 사원이 세워진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 문제는 아랍의 문제이기도 하다.”(이준영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2년)
영국 이슬람가정에서 쿠란을 못 외워 딸을 화형시킨 사건, 튀니지 총노동연맹의 시위 재점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말로, LG상사의 오만 석유화학시장 진출 이야기 등 지난주 중동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이슈를 포착하고 논평하는 수준이 날카롭다. 5분 토크는 15분이 지나서야 마쳤다. 이후 진행된 조대현(동국대 역사 4년)씨의 ‘중동의 유목민’이라는 주제의 발제는 학부 수준을 뛰어넘었다. 이들은 대학생 연합중동학회 엘 네피제(회장 정지은) 회원들이다.
정지은 회장은 “엘-네피제는 아랍어로 ‘창문’이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한국인의 시각에서 중동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연구하는, 문명적 교류의 창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연세대에 개설된 학부 교양 수업인 ‘중동과 이슬람’을 수강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결성됐지만 2010년 12월 연세대 간판을 떼고 ‘대학연합 중동학회’로 거듭났다.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이날 모임에는 14명의 회원이 참석했다. 연합동아리답게 성균관대, 동국대, 명지대, 서강대, 연세대, 서울대, 한국외대, 서울과기대, 국민대, 숙명여대 등 회원들의 대학도 다양했다. 전공도 아랍관련학과에서 역사, 정치외교, 글로벌경영, 종교학과, 기계공학, 아랍지역학 등으로 폭넓다. 회원 중에는 이슬람교 신자도 있고, 아랍어, 터키어 등을 구사하는 학생도 제법 된다. 전체 회원은 47명.
정 회장은 “우리 학회 강점은 바로 이 다양성에서 나온다”며 “대학을 넘어 중동을 알고 싶어 하는 열정이 가득한 분이라면 일반인에게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시로 모집하지도 않고 단순 열성만으로 뽑지도 않는다.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서류와 세미나 참석여부, 기본 배경지식을 판단한 후 회원을 선발한다. 3회 이상 세미나 불참시에는 가차 없이 탈락이다. 참고로 2011년 2학기 회원선발 때는 2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엘 네피제는 시험기간을 제외하곤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모여 매주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이 하고 싶은 중동 관련 이슈를 선정해 발표한다. 아랍어를 배우는 시간도 있다. 동국대 법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시리아 출신 교사가 주말에 아랍어를 지도하고 있다.
정지은 회장은 “한국인 최초로 알자지라에서 일하게 된 윤상원 기자, 사법고시 합격 후 카타르에서 사법 연수를 마치고 온 김민규 씨,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최승호 전 사무총장을 초빙해 특강도 개최했다”며 “중동지역학의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