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복싱영웅 ‘파퀴아오’ 패배는 ‘태풍’같은 충격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마니 파퀴아오가 9일 웰터급 타이틀전에서 멕시코의 후안 마르케스에게 6회 KO 당하자 필리핀 전역에서 텔레비젼을 시청하던 사람들이 실망 속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많은 필리핀들은 이날의 KO패를 900명 정도가 사망, 실종한 태풍 보파의 피해에 견주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아시아의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34·필리핀)가 쓰러졌다.

파퀴아오(Manny Pacquiao)는 9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WBO(세계복싱기구) 웰터급 경기에서 후안 마뉴엘 마르케스(39·멕시코)에게 6라운드 KO패를 당했다.

파퀴아오는 1년1개월 만에 다시 만난 마르케스에게 통한의 한 방을 허용하며 주저앉았다. 지난 7월 티모시 브래들리(29·미국)에게 7년 만에 패배를 당한 파퀴아오는 충격적인 2연패에 빠졌다.

파퀴아오(오른쪽)에게 잽을 날리고 있는 마르케스. <사진=AP/뉴시스>

브래들리전에서 석연찮은 판정에 희생양이 됐다면 이날은 완벽하게 무너졌다. 파퀴아오가 KO패를 허용한 것은 1999년 메드고엔 싱수라트전에 이어 무려 13년 만이다. 파퀴아오의 통산 전적은 54승(38KO)2무5패가 됐다.

앞선 세 차례 맞대결에서 1무2패에 그쳤던 마르케스는 3전4기만에 파퀴아오를 잡는데 성공했다. 통산 전적은 55승(40KO)1무6패.

초반부터 화끈한 타격전이 펼쳐졌다. 파퀴아오는 1라운드 중반 수차례 마르케스 얼굴에 잽을 작렬시키며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갔다. 2라운드에서도 특유의 빠른 몸놀림을 앞세워 마르케스를 흔들었다.

하지만 먼저 다운을 뺏은 쪽은 마르케스였다. 마르케스는 3라운드 1분18초를 남기고 통렬한 라이트 훅으로 파퀴아오를 쓰러 뜨렸다. 파퀴아오가 가드를 올려봤지만 주먹이 얼굴을 때리는 것을 막진 못했다.

전열을 정비한 파퀴아오는 5라운드 1분7초 만에 전광석화 같은 왼손 스트레이트로 다운을 이끌어냈다. 잠시 주춤한 마르케스는 큰 충격을 받지 않은 듯 곧바로 경기에 임했다.

승부는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갈렸다. 파퀴아오는 6라운드 종료 1초를 남기고 마르케스에게 복부쪽을 강타 당했다. 3라운드 다운을 극복하고 조금씩 주도권을 가져오던 파퀴아오에게는 치명적인 한 방이었다. 앞으로 꼬꾸라진 파퀴아오는 미동도 하지 못했고 심판은 잠시 상태를 살핀 뒤 경기를 중단시켰다.

마르케스는 승리가 확정되자 코너 위로 뛰어 올라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마르케스는 “완벽한 펀치를 날렸다. 파퀴아오가 언제든지 나에게 KO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퀴아오는 “마르케스의 펀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이어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한 번 싸우고 싶다”며 설욕을 다짐했다.

AP통신은 파퀴아오가 5라운드까지 47-46으로 앞서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 경기는 2005년 3월 에릭 모랄레스전 이후 파퀴아오의 실질적인 첫 패전이라고 소개했다.

당초 두 선수는 11월 격돌할 예정이었지만 필리핀의 재보선 선거 일정 탓에 한 달 뒤로 밀렸다. 파퀴아오는 필리핀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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