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번째 수요일> 누가 이들을···
14일 서울 종로구?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000번째 수요시위가 열려 버자이너 모놀로그 배우(김여진,정영주,이지아)들이 ?미국 극작가 ‘이브 엔슬러’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고 쓴 글을 무대에서 낭송하는 가운데?김순옥(90), 길원옥(84), 박옥선(87) 할머니(왼쪽부터)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우리의 이야기들은 우리 머릿속에서만 존재한다.
유린당한 우리의 몸속에서는 전쟁의 시간과 텅 빈 공간 안에서만 어떤 공식적인 기록도, 문서도, 자취도 없다.
오로지 양심뿐, 오직 그것뿐.”
“우리가 해야 했던 것들.
이름을 바꿔야 했고, 단추가 잘 열리는 자루 원피스를 입어야 했고,
하루에 50명의 군인을 상대해야 했고, 생리 때도 해야 했고,
너무 많은 남자와 해서 걸을 수 없어도 해야 했고,
다리를 뻗지도 몸을 굽히지도 못해도 해야 했다.”
“우리가 본 것들.
욕실에서 화학약품을 마신 소녀. 폭탄에 맞은 소녀. 벽에 머리를 박은 소녀.
익사 돼 강물에 던져진 소녀. 영양실조에 걸린 소녀.”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들.
몸을 씻는 것. 돌아다니는 것. 의사에게 진찰받는 것. 콘돔을 쓰는 것.
도망가는 것. 아기를 지키는 것.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우리가 얻은 것들.
말라리아. 매독. 임질. 사산. 결핵. 심장병. 정신발작. 우울증.”
“우리가 먹은 것들.
밥, 된장국, 무절임. 밥, 된장국, 무절임. 밥. 밥. 밥.”
“우리가 된 것들.
파괴되고, 고름이 되고, 구멍이 되고, 피범벅이 되고,
고깃덩어리가 되고, 추방되고, 침묵 당하고, 홀로 되고.”
“우리에게 남은 것들.
상처들. 남자에 대한 증오. 자식도 없고 집도 없고. 술주정뱅이. 죄의식과 수치심.
아무것도 아무 것도.”
“우리는 지금 74세, 81세, 93세.”
“우리가 원하는 것.
지금 당장 우리의 이야기가 사라지기 전에,
우리가 죽기 전에 말하라, 일본 정부여.
위안부 여성들에게 미안하다고, 나에게 말하라.
나에게, 나에게, 나에게!
말하라. 미안하다고 말하라!”
민경찬 기자 kris@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