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아시아 예술가] ④태국 작가 ‘리크릿 티라바닛’


“예술은 사람들 이어주고 공동체 의식 심어주는 활동”

태국인 작가 리크릿 티라바닛(Rirkrit Tiravanija, 43)는 1990년 뉴욕 폴라엘렌갤러리의 프로젝트룸에서 태국식 볶음쌀국수인 ‘팟타이’를 만들고 나누는 과정을 예술의 한 형태로 선보이며 관객과 평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전시회 오프닝날 새우와 각종 야채가 들어가는 태국의 전통 국수 요리를 제공하는 프로젝트에서 관객들은 오프닝을 위해 차려진 뷔페음식이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즐겼다.

반이정 미술평론가는 “이런 시도는 전시장에서 작품과 관객 사이의 일방적 관계의 재고와 일상적 삶에서 유리된 전시회의 박제화를 반성하며 시작된 것 같다”며 “단독자로 고립된 작가가 아니라 불특정 관객의 동참을 주선하고 조율하는 작가로 전시장이 ‘관계 맺기’의 장이 되는데 주안을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관객들의 참여는 티라바닛의 전 작품에서 나타나는 주요 특징이다. 관객들이 와서 놀고, 먹고, 사용하는 속에서 비로소 그의 작품은 생명을 지니게 된다.

1996년 쾰른 쿤스트베렌 (Kunstverein) 갤러리에서 시도된 <무제 1996 (내일은 또 다른 날 Tomorrow is another day)>프로젝트도 관객들의 참여로 이뤄졌다. 그가 갤러리 안에 만든 그의 집 모양의 공간에는 누구나 와서 쉴 수 있었다.

3달의 전시 기간 동안 관객들은 그 안에 들어와서 먹고, 자고, 파티를 열고, 심지어 결혼식이나 콘서트를 열기도 하면서 이 공간을 함께 사용했다. 어떠한 사고도 도난도 없었고, 전시 후에는 오히려 관객들이 사용하다 두고 간 물건들이 함께 남아있게 됐다.

최근에는 음식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에서 현재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장면 이미지를 선택해 학생들에게 이러한 신문의 이미지들을 다시 드로잉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예술을 통해 이질적인 것들을 혼합하려는 사고는 그의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태국 출신이나,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출생했고(1961), 고등교육까지는 방콕에서 이후 대학 교육은 캐나다와 미국에서 마쳤다. 그의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태국의 전통요리는 할머니가 식당을 운영하시던 데에서 영향을 받았다. 이처럼 다문화적 환경 속에서 성장하며, 그는 다양한 문화적 차이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은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고, 대화를 하게 하고, 공동체의식을 심어주는 생기차고 즐거운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그는 뉴욕, 베를린, 방콕 등지에서 현대미술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997년 뉴욕 현대미술관을 시작으로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기타큐슈 현대미술센터, 프랑크푸르트 포티쿠스, 빈 세제션, 영국 이콘미술관 등 세계 각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2004년 휴고 보스(Hugo Boss) 상을 수상했다. 2010년 쿤스트할레비엘레펠트에서 개인전 후 스물세 가지 조리법을 모은 도록 <리크리트 티라와니트: 요리책 ‘말하지 말고 그냥 미소를 지어(Cook Book: Just Smile and Don’t Talk)’>를 기념 출간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