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아시아 예술가] ②대만 비디오아티스트 ‘쥬유쳉’
*문화체육관광부는 ‘2012 아시아 창작공간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으로 9월4일부터 10월4일까지 서울 안국동 송원아트센터에서 ‘근대 이후 아시아 예술의 공공성’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킨 리크릿 트라반자(태국)를 비롯해, 국제적으로 역사적 사건을 예술언어로 승화시키면서 명성을 얻고 있는 레슬리 드 챠베즈(필리핀), 중국의 근현대사를 사회주의 리얼리즘적 요소로 담아낸 비디오아티스트 쩡윈한(중국) 등 11명이 참여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이들의 작품을 통해 그 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를 엿볼 수 있다. 작품에 대한 해설과 이들의 이력을 소개한다. 작품해설은 도록을 참고했다. -아시아엔(The AsiaN)
혼란스러운 대만의 시간을 써내려가는 비디오 아티스트?
우리는 허우샤오시엔의 영화를 통해 대만의 청춘들이 거대한 역사적 문제가 초래한 미비한 사건들 속에서 방황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목격한 바 있다. 실제로 감독은 중국 본토에서 태어나 대만에서 성장한 이력이 있으며 그의 청춘은 혼란스러운 대만의 시간과 함께 흘러갔다.
추유쳉(CHOU Yu-Cheng)의 작품에도 이처럼 정체성의 혼동을 겪고 있는 청춘들이 등장한다. 권력자들에게는 치밀한 계획과 의도가 있었던 사건이고, 누군가는 성공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실패한 거사였으나 개인에게는 꿈꿀 수 있는 터전이 한 순간 상실된 일이며, 동시에 주변인의 불행을 수시로 목격할 수 밖에 없는 불운한 사건일 뿐이다.
그의 작업에서는 불투명한 유리를 사이에 두고 끊임없이 문자를 써내려 가는 고독한 그림자를 지닌 자가 존재한다. 우리는 그의 존재를 그저 명료하지 않은 형체로 가늠할 수 있을 뿐이지만, 그 움직임들에서 슬픈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이는 단지 본토에서 분리된 또 다른 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어찌 보면 짧은 시간 동안 격변기를 겪어낸 비-서구 국가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부여된 우울함이고, 슬픔일 수도 있다.
하지만 추유쳉의 작품은 분명 또 다른 힘을 머금고 있다. 그것은 허우샤오시엔의 영화가 우리에게 주었던 감동처럼, 현실은 우울하나 그 안에서 아름다운 영혼을 지니고 살아가는 개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불투명한 유리 뒤에 서 있는 자는 의지를 지니고 끊임없이 문자를 써내려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작은 동작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자들의 움직임은 궁극적으로 역사를 움직일 수 있는 힘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추유쳉은 1976년 타이페이 태생으로 현재 타이페이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에서 공부했으며 라센느(La Seine)에서 리서치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Yu-Cheng CHOU> (덴버 현대미술관), <Representa.tiff> (파리, 프랑스), <Rainbow Paint> (관뚜미술관)이 있으며, 주요 단체전으로 <Taiwan Calling> (뮉사르노크 미술관), <Reshaping History> (중국 국립 컨벤션 센터), <Live Ammo> (타이페이 현대미술관), 2012 타이페이 비엔날레 (타이페이 순수미술관) 등에 참여했다. 2011년 타이신 비주얼 아트 어워드(Taishin Annual Visual Art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