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과 ‘정신’ ‘호흡’…아시아의 음악

“전통음악, 특히 제례악은 박자가 정확히 나눠지지 않고 ‘기운’과 ‘정신’ ‘호흡’이 음악을 이끌어 갑니다. 현대인들이 이런 점을 잘 포착하기가 쉽지 않아요.”

피리와 생황, 태평소 등 한국 전통악기 연주 관련 무형문화재를 이수한 연주자 가민(嘉珉)은 21일 아시아엔(The AsiaN)?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한국 전통음악, 특히 제례악의 정체성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기운’과 ‘정신’ ‘호흡’이 이끌어 가는 음악이라고?

“궁중제례악은 궁중 연회나 임금 행차, 외국 사신들이 왔을 때 필요한 음악들이었어요. 연주 자체만 위한 게 아니라 이벤트와 의식(ceremony)과 결합된 것이지요. 음악 감상만의 목적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기자는 인간의 정서에 호소하는 음률과 박자, 소리, 그리고 그것들이 여러 조합으로 자아내는 소리를 대상으로 했던 서구음악과 달리 한국의 제례악은 부정적인 의미로 ‘도구적’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고위층들이 단순히 등장하거나 즉위식, 혼례, 제사 등 의식 때 동원되는 음악을 과연 ‘문화’ 그것도 ‘고급문화’로 분류해 계승할 가치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더러 들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기운’과 ‘정신’ ‘호흡’이 이끌어가는 음악이라니. 뒤통수를 호되게 맞은 기분이었다.

언뜻 무슬림의 한 종파인 ‘수피(Sufi)의 춤’이 생각났다. 터키 세속주의와 연관이 있어 보이는 수피의 춤은 피리와 북소리 연주에 맞춰 빙글빙글 무한반복 제자리를 도는 춤으로, 신(神)을 경외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고 ‘춤’을 통해 인간과 만날 수 있는 대상으로 접근한 독특한 의식의 일환이었다.

몽골의 전통음악인 흐미(khoomii, ‘목소리 음악’이라는 뜻)도 떠올랐다. 발성의 방식과 강약만 있을 뿐 음의 높낮이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 ‘흐미’도 ‘기운’과 ‘정신’ ‘호흡’으로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음악이 아닐까 싶었다.

가민의 설명의 따르면, 한국의 전통음악은 제례악과 민속음악으로 대분되는데, 민속음악의 원류 역시 민중들의 무속신앙에 기초한 의식(ceremony)이 기원이다. 한국의 전통음악은 이렇게 인간의 원시적, 원초적 본능과 밀접한 의식의 일부로서 그 원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기운’과 ‘정신’ ‘호흡’이 이끌어 가는 한국의 전통음악은 지구촌 여러 곳에서 약간 다른 형태일지언정 온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무지와 편견에 사로잡혀 아시아 음악의 고갱이인 ‘기운’과 ‘정신’ ‘호흡’을 깨닫지 못한 기자의 뒤통수를 ‘힘차게’ 때려 일깨워준 가민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내친 김에 전통 악기 본연의 깊이에 천착하면서도 대중과 호흡하려는 각종 실험을 통해 지구촌 진출을 꿈꾸는 예술가 가민씨에게 부탁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만날 것 같은 ‘수피 춤’, ‘흐미’와 한국의 전통음악인 제례악과 민속음악을 접목시키는 무대를 여러 실험계획에 포함시켜 주세요.”

가민씨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상현 기자 ?coup4u@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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