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진 관장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궂은 날씨 속에 잠시 파란하늘을 보인 영월 미디어기자박물관

지난 5월24일 문을 연 영월의 미디어기자박물관을 개관 3개월을 맞아?다시 찾았다.?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 속에?예초기를 돌리며 잡초를 제거하던 前 사진기자 고명진 관장은?늘 그렇듯이 함박웃음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폐교를 이용해 만든 박물관 운동장에는 개관 당시에 없었던 평상과?두 개의?커다란 평석이?갖가지 들꽃과?각종 풀벌레 소리와 함께?방문객을 맞고 있다. 운동장에서 야영하는 야영객들이?인근 주천강에서 물놀이를?할 수 있도록?대여용 고무보트가?빗물이 고인 채 놓여 있다.

과거 카메라를 메고 취재 현장을 누비던 그가?땅을 갈고 돌을 고르며 땀을 뻘뻘 흘리는?모습이?이제는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해 보인다.

“기자 시절이나 지금이나 현장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나이에 삶의 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요.”

삽으로 밭을 가는 고명진 미디어기자박물관장

배추 묘를 심기 위해 밭을 갈며 땀을 흘리던?고 관장의 말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무얼 먼저 할까 생각하며 하루를 맞습니다. 해야 할 일이 많지요. 주로 예초기를 돌리며 하루를 시작하는데 하루라도 거르면 운동장이 곧 잡초로 수북해져서 걷잡을 수가 없어요. 날이 좋으면 들여놨던 고추도 말려야 하지요.”

고 관장의 화두는 역시 ‘행복’이다.

“이 곳에 온 이후로?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하루하루가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는 고명진 관장(왼쪽). 뒤에 그의 사진 '아! 나의 조국'이 걸려있다.

방문객들에게?기자 시절에 대해?설명해주고 사진을 찍어주는 그의 얼굴에 행복한?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은 어른대로?그의 설명을 들으며?당시의 시대 상황을 이해하기도 하고 옛 시절을 떠올리기도 하고 기자 완장을 차고 기자 체험을 하기도 한다.

허름한 그의 차림만으로 처음에는 은근히 얕봤다가?고 관장이 현역 시절?찍었던 ‘아! 나의 조국’이라는 사진을 보고는?그가 시대를 누비던 유명 사진기자였음에?감탄하기도 하고?대학에 나가 강의한다는 사실에?놀라기도 한다. (그의 사진 ‘아! 나의 조국’은 AP 통신이?선정한 세계 100대 보도사진에 오른?바 있다.)

박물관에서 기자 체험하는 일가족

“한 번은?선배 한 분이?찾아온 아이들의 사진을 힘들게 일일이 찍어줘야 하느냐는?핀잔을 준 적도 있어요. 하지만 나는 그 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답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지라?남의 판단이나 시선은 전혀 신경 안 씁니다.”

석판을 밥상 삼아 막국수를 비비는 고명진 관장 내외. 늘 그렇듯이 꾸밈없는 그의 모습에서 소탈함과 진솔함이 묻어난다.

점심때가 되어서 고 관장은 막국수나 먹자며?빈 그릇을 챙겨 막국수를 직접 받아왔다. 식당에 사람이 없어서 배달해줄 수 없으므로 그릇을 가지고 가서 받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막국수를 먹으면서도 얘기는 이어졌다.

“내가 영월군에서 받은 것들과?사람들의 도움으로 행복하게 된 것에 대해 이제는?갚아야 할 때”라며?”앞으로 영월군 박물관 연합회와 연계해 상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고 그로 인한 시너지 효과로 일자리도 창출해 지역 사회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고 관장은 박물관 운영 외에도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농촌사진’ 강좌를 하면서 블로그 운영, 인터넷 상거래 등에?관한 강좌를 통해?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박물관을 찾은 한 가족이 박물관 벽화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고명진 관장>

찾아온 방문객들을?안내하기 위해?자리를?뜬 고 관장은 카메라를 들고 여전히 밝은 목소리로 외친다. “자, 여기를 보세요. 하나,둘,셋!”
<*영월 미디어기자박물관 : http://cafe.daum.net/yw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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