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병'(病) 송기원(1947~2024)

송기원 장편 <누나> 표지

자주 병이 들면서, 나는
죽을 것을 알았다.

너무 뻔하게
사방이 다 여름꽃이다.

검은 넝쿨장미, 꽃양귀비,
이름도 비릿한 마거리트,

너무 뻔하게
꽃들이 번지고 있다.

저렇게 번지다가
나도 죽었으리라. 아니

흔쾌히 꽃들이 녹아나고
너무 뻔하게

검은 넝쿨장미, 꽃양귀비,
이름도 비릿한 마거리트,

꽃들이 녹아서 만든 길을
따라갔으리라.

송기원 시인 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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