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률 제주경찰청장의 ‘목민심서’
헬기로 올레길 순찰 제주경찰…40대 이상률 청장의 조직 쇄신
제주특별자치도에는 경찰이 둘이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한 거다. 자치경찰은 교통과 관광 등 일부를 담당한다. 제주지역 국가경찰의 책임자가 이상률 청장이다.
1946년 창설된 제주경찰청 40번째 장이다. 이상률 청장은 어제(13일) 오전 헬리콥터를 탔다. 수려한 제주의 풍광, 웅장한 한라산과 가을바다 물빛을 보며 즐기려고 한 게 아니다. 이상동기 범죄, ‘묻지마 범죄’ 예방을 위해서다. 책임자가 어깨에 힘 빼고 순찰까지 한 거다.
치안수요에 비해 태부족한 경찰병력 빈틈을 채우려고 아이디어를 이 청장이 해냈다. 그래서 하늘에서 헬기로 제주지역의 둘레길·올레길·해안선을 따라 항공 순찰을 했다. 추석 직전 24일까지 매 주말 항공대 경찰헬기를 이용해 항공 순찰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 관악구 둘레길에서 발생한 잔혹강력 범죄 등 ‘이상동기 범죄’가 꼬리를 물고 있다. 제주는 범죄율이 광역단체 중 상위권에 꼽힌다. 그러니 지역의 불안감이 팽배하자 결단한 것이다.
항공순찰 헬기의 기종은 참수리(KUH-1P)다. KAI가 경찰 업무에 맞춤하게 개조를 했다. 순항속도 293km/h, 항속거리 771km, 탑승 인원 총 14명이다. 참수리 헬기는 최대 3시간 30분 운항할 수 있다. 2020년 2월 제주에 배치됐다.
‘참수리’는 통합방위, 대테러, 공중추적, 교통관리, 실종자 수색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항공영상 전송, 적외선 카메라, 탐조등 등 첨단장비가 장착됐다. 둘레길과 올레길을 공중 순찰 할 수 있는 이유는 헬기에 장착된 고성능 카메라 덕이다. 고도 1km에서 120배로 확대해 식별한다. 운행 중인 차량번호판도 선명하게 찍는다.
둘레길 외진 곳을 걷는 탐방객들의 안전 여부를 공중에서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순찰 영상은 112상황실로 실시간 보내진다. 통합관제 상황판에도 띄워 크로스 체크 한다. 이상률 청장과 차장을 필두로 한 제주경찰의 수뇌부도 ‘자원순찰대’의 일익을 맡는다. 자원순찰대는 둘레길을 걸으면서 범죄 예방에 나선다.
현장 순찰 중 범죄 사각지대가 발견되면 제주도 산림녹지과와 협의, 개선을 당부한다. 입출구 CCTV 등 예산이 시급한 곳은 특별교부세 사업 신청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국가경찰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자치경찰단도 기마순찰대와 드론을 활용, 올레길·오름에 대한 범죄 예방을 지원한다.
“한라산 둘레길·올레길 등 도민·관광객이 많이 찾는 장소를 중심으로 범죄 예방을 강화할 겁니다”(이상률 청장) 그가 내세운 모토가 바로 ‘스마트 치안’이다. ‘안전제주’ 그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 명상을 하며 하루를 계획한다.
어떤 경찰청장이 이런 발상을 해내겠는가? 아마 기도와 명상의 힘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는 경남청장으로 6개월 봉직 후 제주로 발령났다. 그는 경찰대 졸업 후 첫 발령 이래 인사의 부침에 개의치 않고 소처럼 일했다. 1년 3개월 재임 동안 시민들에게 필요한 업적을 많이 쌓았다.
낡은 제주경찰 청사를 허물고 새로 지었다. 제주도민들이 제주경찰 청사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1층에는 갤러리도 만들었다. 제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개가를 올렸다. “경찰이 잡을 수 있는지 시험하고 싶었다.”
전국의 공항들에 테러 예고 글이 올라왔다. 추격을 따돌리려고 IP를 해외로 우회했다. 범행 노트북을 초기화해버린 지능범이었다. 하지만 제주청 사이버수사대는 집요했다. 30대 피의자는 지난달 제주경찰에 검거됐다. 제주국제공항에 폭발물 설치와 살인 예고 글을 올린 혐의다.
제주뿐 아니라 김해 대구 인천 김포공항에도 협박 글을 올렸다. 이상률 청장은 5월 마약범죄 근절 캠페인이 전국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도내 첫 자원자였다. ‘출구 없는 NO EXIT, 마약 절대 시작하지 마세요!’ 이런 팻말을 들고 캠페인 시작을 알렸다. 마약 근절 캠페인은 SNS에 인증사진을 올린 뒤 다음 참여자 2명을 지목하는 식이다.
이상률 청장은 독실한 불자다. 얼마 전, 그는 정복을 입고 서울 조계사로 왔다. 진우 조계종 총무원장을 만나러 온 것이다. 총무원장 스님과는 6년 전, 서울청 정보1과장 때부터 연이 있었다. 진우 스님이 근황을 물었다. “최근 43년만에 새 청사를 준공했고 많은 경승들과 스님들 덕분에 원만한 법당까지 조성해 동료들과 함께 법회도 보고 있습니다.”
‘감정노동자’인 경찰이 마음이 편하고 일이 즐거워야 ‘따듯한 경찰행정’도 가능하다. 그의 지론 중 하나다. “경찰은 사천왕 역할을 한다고만 여겼는데, 경찰이 천수천안 보살임을 알겠습니다.”(진우 총무원장)
조계사 경내 총무원장 집무실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상률 청장은 경찰대 졸업 후 1988년 경위로 임관했다. 35년간 경찰간부 임무를 빈틈없이 수행해왔다. 전국경찰불교회장을 2년 전부터 맡고 있다. 그는 정보분야가 주특기다. 10여 년 전, 경찰청 정보1과장 때 집회 및 시위 정책자문위원을 하다 보니 연을 맺었다. 그가 부임한 곳이 어디든 눈여겨 봤다. 장이 바뀌면, 조직도 바뀐다. 이상률 청장의 리더십으로 제주경찰이 달라졌다.
얼마 전 제주 서귀포 경찰서 수사2팀 전*지 경감님으로 부터 중간 수사에 대한 성의 있는 수사를 하시는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서귀포 경찰서 대통령상을 받을 만큼 성실한 근무로 타 기관에 모범이 되는 것을 입증하는 메세지에 감읍 했습니다.
이러한 행정 기관을 두신 서귀포 시민들이 부럽습니다.
청장님 관상 엄청 좋으시네요.
제주도 서귀포 살기 좋은 곳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