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귀명창

숲속 파랑색 ‘큰유리새’ <사진 배일동 명창>

귀명창이란 판소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지식을 바탕으로 소리를 제대로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예로부터 귀명창은 소리판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귀명창이 소리꾼을 만든다”는 말이 있을 만큼 귀명창은 소리꾼에게 매우 두려운 존재인 동시에 흥미진진한 소리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리꾼은 득음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귀명창은 그 소리를 듣고 함께하면서 소리꾼의 벗이 되어주니 소리꾼의 지음(知音)인 셈이다.

예로부터 소리판엔 굉장한 감식안을 가진 귀명창들이 즐비했다. 귀명창이 많다는 것은 판소리가 그만큼 뛰어난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귀명창은 우선 귀가 밝아야 한다. 귀가 밝지 않으면 심오한 율동의 숲을 볼 수 없다. 부지불식간에 흘러나오는 무형의 가락 속에 알쏭달쏭한 무형의 오감들을 낚아챈다는 것은 보통 안목으로는 안 되는 일이다.

소리 속을 훤히 꿰뚫는 것은 물론이고 소리꾼의 심리까지도 읽어낼 줄 알아야 제대로 된 추임새가 나온다. 귀명창의 추임새는 그냥 내뱉는 허튼 말이 아니다. 소리꾼의 백 마디 성음 속에 함축된 정리(情理)를 한 마디의 탄성으로 화답하는 게 추임새이다. 그리고 추임새는 귀명창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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