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할로윈의 메카 시부야, 질서유지 어떻게?
프로축구 시범경기가 열렸다. 관중이 오지 않을까 염려하여 초대권을 남발했다. 1만5천명 수용의 스타디움. 차고 넘쳐 통로까지 앉았다. 이러다 사고 난다고 주최측을 압박, 출입문 닫고 추가입장 막았다.
전반전 끝나갈 무렵이었다. 갑자기 비가 내렸다. 단상 운영본부는 우왕좌왕, 관객들도 안절부절.
그 순간 번개처럼 러시아 니콜라이 2세의 즉위기념 행사가 떠올랐다. 내무부와 경찰에서 질서유지를 위해 군 지원을 건의–>행사책임자인 황제의 작은 아버지가 일축–>위세에 눌려 두 말 못 했다.
50만 군중 가운데 한 사람이 미끄러졌다. 연쇄반응. 1천3백명이 밟혀 죽었다. 현장에 있던 1천8백명의 경찰,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경비과장입니다. 소나기입니다. 소나기! 조금만 앉아 계십시오.” 하늘이 도왔나. 관객들이 주저앉았다. 비도 바로 그쳤다.
그로부터 40년 후 10월 31일 19시. 일본 할로윈의 메카 시부야 네거리에 서있었다. 12만이나 몰렸다. 네거리에만 50명의 교통경찰이 배치됐다. 교차로의 경찰 가두선전차 지붕 위에 선 남녀경찰관이 안내방송을 교대로 이어가고 있었다. 일대에 5개 기동대가 포진했다.
관할 시부야 구청은 직원들을 질서유지 가두안내에 투입했다. 별도로 용역경비원 150명을 보강, 지하철 2개 역사 9개 노선의 4개 회사는 전전 역부터 직원을 평소에 비해 3배로 늘려 승객관리를 했다.
경찰+구청+지하철회사. 다 합해야 2천명이 안 된다. 그런데 12만 청소년을 관리해? 그렇다. 밟혀죽는(stamped) 리스크, 생과 사(live or death)의 갈림길 상황을 매끈하게 처리해 냈다. 어떻게?
관할 시부야 경찰서. 안전관리는 경찰 주관이자 책임임을 명확히 했다. 경비과장을 중심으로 구청과 지하철회사가 단 한 사람의 사상자도 나와서는 안 된다는 목표로 움직였다. 정보와 계획을 공유했다.
초조하지 않을 관계자가 어디 있나. 경찰서장-구청장-지하철지역본부장이 상황실에 모여 추이를 지켜봤다. 23시. “무사해산” 무전이 들어왔다. 전 경찰서원을 대기시킨(all-points bulletin) 긴급수배. 해제했다. 비로소 화장실 갔다. 밥 먹으러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