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이기웅 열화당 설립자 4.19문화상 수상 소감

이기웅 열화당 대표가 2023년 초 열화당책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12년 개관한 열화당책박물관은 세계 각국의 도서 4만여 권을 전시하고 있다. (글/사진 <서울경제> 송영규 선임기자)

도서출판 열화당을 설립한 이기웅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 이사장이 18일 제24회 4.19문화상을 수상한다.

다음은 이기웅 이사장 수상소감 전문

4.19 문화상 수상 소식을 듣고 그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상을 수상할 자격이 있는지 자문했습니다. 4.19혁명의 주체세력이며 사회 곳곳에서 주역을 담당하고 계신 분들께서 평생 출판인으로 살아온 제게 이 상을 수여함은 어떤 의미일까도 짚어보았습니다.

정의감에 무작정 거리로 나섰던 학생들 대부분이 팔십대에 들어서 있습니다. 전쟁의 참상도 겪고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압축성장한 대한민국에서 헌신하며 열심히 일밖에 몰랐던 분들입니다.

4.19 때 저는 대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선배들의 선도에 따라 서대문으로 향하며 벽돌을 깨서 던지고 붉은 물감을 탄 물세례도 받았습니다. 이런 과정은 혈기왕성한 청년에게 나만이 아닌 사회현상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회에 출판인으로 첫발을 내딛은 이래 지금까지 이 분야에 있습니다. 출판인들의 공생과 협력 그리고 자연과 함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공동체를 꿈꾸고 작은 힘이나마 전력을 다했던 것이 오늘날 이런 큰 영예를 제게 주신 듯합니다.

출판인으로 제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 ‘고린도전서’와 ‘향약’입니다. 고린도전서 13장 4~7절의 사랑 글귀 대신에 저는 도서를 넣어 혼자 암송하곤 합니다.

향약은 1950년 성균관에서 펴낸 ‘향약집요’, 한글로 정리한 최초의 향약으로 원래 뜻을 훼손하지 않으며 파주출판도시에 맞게 이를 근거로 지침과 규약을 만들었습니다.

첫째, 덕업상권德業相勸 좋은 일은 서로 권해 장려한다. 둘째, 과실상규過失相規 잘못된 행실은 서로 규제한다. 셋째, 예속상교禮俗相交 서로 사귐에 있어 예절을 지킨다. 넷째, 환난상휼患難相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서로 돕는다. 파주출판도시는 여전히 성장 중입니다.

안중근기념영혼도서관

몇 년 전 헤이리예술마을에 성소聖所와 같은 안중근기념 영혼도서관을 지었습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것을 진솔하게 쓸 수 있는 장소입니다. 풍요와 혼돈 속에 스스로를 돌아보며 정제하는 고요한 공간이며, 주인이고자 하는 사람이 주인인 곳입니다.

저의 부족함을 알기에 지금도 자문자답을 많이 합니다. 스스로를 고치기 위해서 어떤 때는 몸부림을 치기도 합니다. 굳어진 것을 고친다는 것은 정말 어렵기에 이 상을 채찍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4.19혁명의 민주이념과 사회정의의 실현 정신을 이어받아 파주출판단지의 기치인 절제·균형·조화·사랑을 더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4.19문화상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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