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이름대로 살아야겠다’ 박노해
휘청, 내가 무너지는 날이면
내 마음의 백척간두에 서는 날이면
지구의 벼랑 끝에서 아득히
누군가 호명하는 내 이름의 메아리
이름대로 살아야겠다
이름은
일러냄
내가 이르러야만 할 길로
나를 불러일으켜 내는 것
가장 순수한 염원과
간절한 기원을 담아
내 이름이 여기 이 땅에
한 생의 사명으로 호명呼名되었으니
일생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
내가 가장 많이 부른 말
내 이름
이름을 배반하지 말아야겠다
이름을 빼앗기지 말아야겠다
오늘도 누군가 호명하는
우주의 긴 메아리
너를 부른다
나를 부른다
이름대로 살아야겠다
이름 따라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