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부산복집과 파인트리클럽
미식가들은 복어(鰒魚, Pufferfish)를 철갑상어 알을 소금에 절인 ‘캐비아(caviar)’와 거위 간 요리인 ‘푸아그라(Foie gras)’, 떡갈나무 숲의 땅속에서 자라는 버섯인 ‘트러플(truffle, 서양송이)’과 함께 ‘세계 4대 진미’로 꼽기도 한다. 복어는 세계적으로 120-130종이나 있지만, 식용 가능한 종류는 참복, 황복, 자주복, 검복, 까치복, 은복, 밀복, 졸복, 가시복, 거북복 등이 있다.
중국 북송(北宋)시대의 시인 소동파(蘇東坡, 1037-1104)는 복어 맛을 가리켜 “사람이 한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고 극찬했다. 일본 에도(江戶)시대 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 1763-1828) 시인은 “(복어 독이 무서워) 복어를 먹지 않는 바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후지산(富士山, 높이 3,776m)”이라는 글을 남겼다. ‘복어 전문 조리사 자격증’을 처음 만든 것도 일본이다.
우리나라는 ‘참복’을 최고로 치지만, 중국에서는 ‘황복’, 일본에서는 ‘자주복’이 인기가 있다. 대부분의 복어는 겨울이 제철이다. 우리가 별미로 치는 참복, 검복, 자주복 등은 늦가을부터 한겨울, 봄철까지가 제철이다. ‘황복’은 바다에서 살다가 봄철에는 산란을 위해 강으로 거슬러 온다. 소동파나 조선시대 문인들이 이야기한 ‘복사꽃 필 무렵의 복어’는 황복을 말한다.
필자는 매월 셋째 토요일에 파인트리클럽(PTC, 1958년 11월 창립) 초창기 회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1960년대 옛날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어제(2월 18일) ‘PTC7080(회장: 김학문)’ 오찬모임은 충무로 소재 ‘부산복집’에서 복 매운탕을 맛있게 먹었다.
복매운탕에는 복어와 콩나물이 많이 들어가 국물 맛이 깊고 개운하다. ‘부산복집’은 1968년 대구에서 ‘부산복어식당’이란 이름으로 개업했으며, 1976년 서울 충무로로 이전해, 60년 가까이 된 복어 전문식당이다. 부산복집은 손님들에게 인기가 있어 토요일에도 식당 홀이 꽉 차서 밖에서 대기하기도 한다.
식사 후에는 커피전문점이 아닌 인근 다방에서 옛날 방식으로 달걀노른자를 동동 띄운 쌍화차을 마셨다. 1958년 11월 3일 창립된 파인트리클럽(Pine Tree Club)은 매주 토요일 오후 3-5시 서울시청 옆 미국공보원(USIS) 회의실에서 회의가 끝나면, 회원들이 인근에 위치한 ‘매란다방’에서 차를 마시곤 했다.
1971년 고려대 재학시 서울파인트리클럽 제38대 회장으로 활동했던 강석희(姜石熙, Sukhee Kang) 전 어바인(Irvine) 시장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안부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는 최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임명을 받고 지역 조달청장으로 부임했는데, 관할 지역은 미국 서부의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네바다, 알래스카, 아이다호, 오리건, 워싱턴, 아메리칸사모아, 동아시아, 괌 등이다. 1977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한국에서 절대 없어지지 않을 단체로 호남향우회, 해병전우회, 고대동문회 그리고 파인트리클럽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