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먹지 말아야 할 피와 먹어야 할 피
레위기 17장
“모든 생물은 그 피가 생명과 일체라 그러므로 내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르기를 너희는 어떤 육체의 피든지 먹지 말라 하였나니 모든 육체의 생명은 그것의 피인즉 그 피를 먹는 모든 자는 끊어지리라“(레 17:14)
Homo Faber라는 말이 있습니다. 도구적 인간이라는 의미입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은 스스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도구를 만드는 인간의 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200t 가까이 되는 쇳덩이를 하늘 위에 띄우고 사람들은 그것을 타고 다닙니다. 인류가 지구 상공에 띄어 놓은 인공위성만 1만대가 넘습니다. 머리카락의 1/100,000 크기인 DNA를 자르는 유전자가위는 어떻고,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또 어떤가요?
인간은 도구적 존재를 너머 도구에 환장한 존재입니다. 인간이 얼마나 도구에 환장했냐면, 도구로 만들지 말아야 할 것까지 도구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자신 외의 모든 존재를 자신을 위해 도구화하는 힘이 인간에게 있습니다. 남을 이용하고 남에게 이용당하는 것, 다른 호모 파베르마저도 도구화 하는 것은 호모 파베르의 비극입니다.
사회 문제의 대부분이 이로부터 비롯되지 않습니까? 한 사람이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하고 누군가의 수단과 도구로 전락할 때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세상은 늘 시끄럽습니다.
레위기에서 하나님은 왜 피를 먹지 말라고 하실까요? 생명이 피에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방민족들은 생명이 피에 있다는 이유 때문에 오히려 피를 마셨습니다.
내 생명을 위해 다른 생명을 도구와 수단 삼는 것이죠. 하나님은 이러한 삶의 방식이 하나님의 백성답지 못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오늘날은 과거처럼 동물의 피를 먹진 않지만 ‘피 빨아 먹는다’고 표현할 수 있는 행위들이 여전히 만연합니다. 내 욕심을 채우려고 누군가의 인생에 빨대를 꽂고 피를 빠는 기술이 최첨단을 달립니다.
십자가는 그것과 정반대의 방식입니다. 인간의 영원한 생명을 위해 하나님이 피를 흘리셨습니다.
“또 잔을 가지사 감사 기도하시고 그들에게 주시니 다 이를 마시매 이르시되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막 14:23-24)
우리는 이 피를 마셔야, 다른 사람의 피를 먹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