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계묘년, 신뢰가 산산조각 난 가족들이 회복되길…
창세기 42장
“그 때에 야곱이 애굽에 곡식이 있음을 보고 아들들에게 이르되 너희는 어찌하여 서로 바라보고만 있느냐”(창 42:1)
그 일이 있고 난 뒤, 20년이 흘렀습니다. 가장 사랑하던 자식을 앞세운 야곱은 그날 이후 어떻게 지냈을까요? 자기 동생을 팔았던 형들은 그날 이후 어떻게 지냈을까요?
아버지와 아들들은 서로 다른 진실을 품고 살았습니다. 야곱은 요셉이 죽은 줄 알고 20년을 살았고, 형제들은 요셉이 죽었다고 치고 20년을 살았습니다.
열 명의 형제들은 서로 맹세했을 것입니다. 그 날 거기서 있었던 일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것으로 말입니다. 그들은 형제가 아니라 공범으로 지냈습니다.
공범은 언제나 맹세하지만, 서로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경계할 뿐입니다. 흉년이 들어 집에 당장 먹을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서로를 주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가서 양식 좀 구해오라는 아버지의 요청을 들으며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이 어땠겠습니까? ‘니가 가라’였겠지요. 내 처자식들을 저자식들에게 맡기고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것입니다. 신뢰가 깨어진 사람과는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믿지 못하는데 어떻게 같이 일을 합니까?
게다가 아버지마저도 아들들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막내 베냐민을 그들에게 절대 맡기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잘못 맡겼다가 20년 전에 일어났던 악몽이 다시 되풀이될까 두려웠던 것입니다.
이게 과연 가족일까요? 지난 20년 동안 이들이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짐작이 되지 않습니까? 마지못해 그냥 사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재산이 꽤 많았기 때문에 아들들이 그것만 보고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남보다 못하게 지낸 것이 분명합니다.
이 이야기가 야곱 가정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오늘날 얼마나 많은 가정들이 아픔과 신음 속에 지내는지 모릅니다. 아픈 가정에서 자라 아픈 아이들도 많습니다. 간절히 기도합니다. 창세기 42장 이후에 나오는 기록이 신음하고 있는 모든 가정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