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이기는 투지보다 질 수 있는 여유가 더 큰 능력”
하나님이 야곱에게 알려주신 신의 한 수
창세기 32장
“그가 이르되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및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음이니라”(창 32:28)
야곱은 이겨야 한다는 강박 속에 평생을 산 사람입니다. 태어날 때 쌍둥이 형의 발목을 잡으며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결국 형을 이기고 장자권을 손에 넣습니다. 외삼촌 집에서도 열 번이나 뒤통수를 맞았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외삼촌을 이겨먹고 마는 야곱입니다.
지고는 절대 못사는 집요한 버릇 때문이었을까요? 한 밤 중에 자기 앞에 나타난 존재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왜 싸워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일단 야곱은 이기려 듭니다. 상대의 공격에 고관절이 나갔지만 ‘야곱’이라는 이름답게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집니다. 결국 상대가 내가 졌다 얘기하고 나서야 이 싸움은 끝이 납니다. 야곱은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겨룬 상대가 하나님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 싸움에서 승리한 야곱은 타이틀을 얻게 됩니다. 이름하여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입니다.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단한 타이틀 아닌가요? 어느 인간이 하나님과 겨루어 이길 수 있을까요?
그런데 야곱이 대단해서 하나님을 이긴 게 아닙니다. 하나님이 위대하셔서 야곱이 이긴 것입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가 못 이기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안 이기는 것이죠. 야곱이 이스라엘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후에 자기가 하나님을 이겼다고 목에 힘을 주고 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힘을 잔뜩 주고 살았던 이전과는 다르게 그는 그 힘을 다 빼고 삽니다.
그가 얍복강 나루에서 만났던 하나님은 ‘져주시는 하나님’이었습니다. 이 대결에서 하나님은 야곱에게 한 수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져도 괜찮다는 것을 말입니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살았던 야곱은 이기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난생 처음 배웠습니다.
싸우다 보면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늘 먼저 꼬리를 내리기 마련입니다. 이기는 투지보다 질 수 있는 여유가 더 큰 능력입니다. 상대의 자존심이 아니라 내 자존심을 꺾는 것이 더 용기있는 일입니다.
이것이 야곱을 향한 하나님의 레슨이었습니다. 다리를 절며 지팡이와 타인, 그리고 하나님을 의지할 줄 아는 인생을 살게 되었을 때, 비로소 야곱의 인생에 해가 뜹니다.
“그가 브니엘을 지날 때에 해가 돋았고 그의 허벅다리로 말미암아 절었더라”(창 3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