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속일 때는 몰랐는데 속아보니…”

영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포스터


창세기 29장

“외삼촌이 나를 속이심은 어찌됨이니이까”(창 29:25)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에서가 그런 격입니다. 동생 야곱이 아버지를 감쪽같이 속이고 장남의 상속권을 모조리 가로챘습니다. 분노에 차서 동생을 죽이겠다고 길길이 날뛰는 형을 피해, 야곱은 야반도주를 시도합니다.

야곱이 도망간 곳은 외삼촌 집이었습니다. 위기 상황에 피할 곳이 있다는 것,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인 일입니다. 그런데 야곱이 피난처로 삼은 외삼촌 집이 알고 보니 피난처가 아니었습니다. 야곱도 이곳에서 눈 뜨고 코 베이기를 수도 없이 당하게 됩니다. 남을 교묘하게 속이는데는 라반이 야곱보다 훨씬 고수였습니다. 라반은 딸과의 결혼을 미끼로 야곱을 7년이나 무임금으로 부려먹고는, 결혼식 당일에 신부 바꿔치기 수법으로 무임금 노동 기간을 추가로 7년 갱신하는 기술을 선보입니다. 이후에는 계약 당시 합의했던 임금을 자기 마음대로 변경하는 갑질까지 시전합니다.

“외삼촌이 어떻게 나를 속일 수가 있습니까?” 야곱으로서는 억울한 것이 당연하겠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야곱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본인도 형과 아버지를 감쪽같이 속이고 형에게 돌아갈 장자의 축복을 모조리 가로챘기 때문입니다.

속일 때는 몰랐는데 속아보니 알았을 겁니다.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어쩌면 야곱은 이 때 형에 대한 미안함이란 감정을 처음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형, 정말 원통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요?

하나님은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우리를 밀어 넣으십니다. 왜냐하면 내가 반드시 이해해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도와줄거라 여겼던 외삼촌 라반에게서 야곱은 20년 동안 무려 열 번이나 사기를 당했습니다. 20년이 흐르며 그는 형 에서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동생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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