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라오스·베트남 야구보급과 ‘시지포스의 신화’

시지포스를 상징한 영화 한 장면

나는 인도차이나반도에 야구를 보급하는 일이 힘듦을 알고 동남아에 야구를 시작했다. 평생 야구로 받은 사랑으로 인해 야구의 불모지인 동남아에 야구를 전하는 것은 나의 사명이며,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기에 운명처럼 시작하게 되었다. 또 라오스와 베트남과 동행을 선택했다. 누구나 이 일을 할 수 있었고, 쉽게 이뤄낼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나는 후회 없이 이 일을 끝까지 해낼 것이다.

라오스와 베트남에 야구를 보급시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주변의 동정 어린 시선과 안타까움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무거운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렸다가 그 바위가 다시 밑바닥으로 굴러 떨어짐을 아는 상실감을 느끼면서도 또 그 바위를 끊임없이 굴려 올리는 ‘시지포스’와 라오스와 베트남 야구 전파를 하는 내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의지이다. 야구 전파는 메마른 땅에 물을 부으면 금세 물이 증발해서 마르는 척박한 땅에 끊임없이 물을 뿌리고 씨앗을 심는 것이며, 또한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일이다. 그러나 메마른 땅은 언젠가 미세한 물을 품게 되어 생명이 싹틀 수 있는 조건을 만들 것이며, 바위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작은 흠집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나는 인생이 끝날 때까지 그 메마른 땅에 물을 붓는 수고를 기꺼이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땅에 씨앗을 뿌릴 것이다. 그 씨앗은 단단한 땅을 뚫고 싹이 틀 것이고 열매를 맺을 것임을 나는 믿는다.

시지포스는 바위가 다시 굴러 떨어질 줄 알면서도 바위를 정상까지 굴려서 올린다. 그리고 그 바위가 밑바닥으로 떨어지면 상실감을 맛본다. 하지만 그 상실감을 이겨내고 다시 바위를 저 높은 곳으로 올려 보내려고 애를 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의지이며, 상실을 자신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인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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