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로마황제’와 ‘맘몬’···2000년 전 ‘박해’와 21세기 ‘손해’
*요한계시록 4-6장
“우리 주 하나님이여 영광과 존귀와 권능을 받으시는 것이 합당하오니 주께서 만물을 지으신지라 만물이 주의 뜻대로 있었고 또 지으심을 받았나이다”(계 4:11)
‘우리 주 하나님’ dominus et Deus noster 당시 사람들이 도미티아누스 황제를 그렇게 불렀습니다. 지방 총독들이 황제에게 공식 서신을 쓸 때 ‘우리 주 하나님’ dominus et deus noster라는 칭호를 사용했습니다.
로마 황제가 주 하나님으로 불리며 온 세상의 주인 노릇을 하던 시절, 황제를 주 하나님으로 부르기를 거부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요한계시록은 바로 그들을 향해 하나님이 보내시는 서신입니다.
오늘날, 로마의 도미티아누스와 같은 군주나 황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무엇이 세상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을까요? 사람들은 ‘신은 없다’고들 하지만 신이 아닌 것을 신격화하며 삽니다. 이 시대에는 무엇이 신 노릇을 하고 있을까요?
인류의 문명이 태동되던 시절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신 노릇 해왔던 것은 맘몬(mammon)입니다. 돈, 자본은 신격화의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존재입니다.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신입니다.
예수님도 이 맘몬에 대해 직접 언급하신 적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마 6:24)
사실 인간이 하나님 대신 섬기는 모든 우상의 본질은 맘몬입니다. 사람들이 신격화하는 가치들은 대부분이 재물 신의 아류들이고 파생상품이라는 것입니다. 그 뿌리가 결국엔 부유함의 보장과 맞닿아 있습니다.
사도 요한 당시, 황제를 하나님으로 섬기지 않으면 박해가 있었습니다. 오늘날, 자본이 질서를 만드는 세상에서는 돈을 섬기지 않으면 겪어야 하는 손해가 있습니다. 요한계시록은 당시의 박해 받는 이들을 위해 쓰여진 편지입니다. 동시에 오늘날 돈이 아닌 하나님을 주인으로 섬기기 때문에 손해를 감내해야 하는 이들을 위해 쓰여진 편지이기도 합니다.
1세기 말 그리스도인들이 계시록을 읽으며 박해를 견딜 힘을 얻었다면, 우리는 손해를 견딜 힘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