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화제] 이만수 감독-함신익 지휘자의 ‘영감 어린 우정’
지난 22일 심포니송을 창단하고 9년째 예술감독으로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나의 절친인 지휘자 함신익이 서울에 있는 연습실에서 만나자고 해 달려갔다. 지난 금요일(25일)에 정기공연을 준비하며 단원들과 하루 6시간 연습하는 시간에 맞춰 단원들과 어떻게 연습하며 음악을 만들어가는지 참관하는 제안을 받고 달려갔다.
연주가 있는 주에는 4번 정도 하루 6시간 강훈련을 한다. 이날도 아침부터 시작해 오후 4시까지 맹훈련이 있는 날이다. 연습하는 단원만 66명이다. 젊은 음악가들이 연습실에서 숨막히는 긴장과 폭발적인 열정을 뿜어내며 끓어오르는 전문 오케스트라의 리허설장면을 직접 볼 수 있는 귀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단원들의 숨소리를 가장 가까운 거리(1m도 안 되는 근접거리)에서 두어 시간 동안 들으면서 큰 영감을 얻고 돌아왔다. 함신익 지휘자가 일일이 단원들 지도하며 함께 하는 모습을 목도하며 리더가 그룹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 쉽게 얻을 수 없는 기회였다.
함 지휘자 덕분에 지금까지 콘서트홀에서 많은 연주를 관람했지만 이렇게 단원들과 맹훈련하는 것을 가까운 곳에서 보기는 처음이다. 6시간 동안 함신익 지휘자는 한번도 앉지 않고 연습을 이끌어갔다. 단상에서 단원들을 지휘하고 연습한다는 것은 여간 힘들고 강한 체력이 아니면 견디기 어렵다.
연습이 끝난 후 어떻게 개인적으로 체력 단련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함신익 지휘자는 이렇게 답했다. “첫째, 매주 한번 축구를 한다.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들과 축구장에서 즐겁게 볼을 찬다. 두번째, 일주일에 한번은 산을 찾는다. 세번째,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하게 하고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공연 있을 때마다 4번 6시간씩 서서 젊은 단원들과 함께 할 수가 없다.”
정말 대단한 집중력과 체력이 아닐 수 없다.
단원들 연습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특이한 점을 보게 되었다. 단원이 66명인데 바이올린 연주자가 무려 30명이나 된다. 물론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목관, 금관, 그리고 타악기도 있다. 그 많은 단원들이 내는 소리에서 함신익 교수는 시정할 부분을 신속히 발견하고 연습 또 연습을 시키고 있다.
특히 많은 연주자가 있는 바이올린 파트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30명이나 되는 연주자가 있는데 어떻게 쪽집게처럼 집어서 손동작이 잘못 되었다며 지적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랬다.
교향악단은 모든 파트들이 섬세하기 때문에 무조건 강하게만 쳐서는 안 된다. 좀더 섬세하고 부드럽게 음악을 해야 한다며 몇번이고 이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높게 낼 때는 모두가 과감하게 다 같이 높게 소리 내어야 하고 낮게 소리를 낼 때는 아기를 잠재우듯이 정말 조용하게 악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함신익 교수의 귀는 레이더 같다. 단원이 66명이나 되는데 세밀한 소리까지 캐치해서 집어내는 것을 보면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여러분들은 청중들에게 최고의 소리를 들려 주기 위해서 끝임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한다. 고로, 온 몸이 악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청중들이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단원들 연습을 지켜 보면서 함 지휘자가 이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하는 부분이 “좀더 동작을 음악과 관련있게 하라”며 몇번이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 동작이 훌륭한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근본이라고 했다. 청중들이 듣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보면서 느끼는 감동이 크다고 하였다.
함 지휘자를 만날 때마다 나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지휘자나 지도자는 디렉터다. 단원들을 다그칠 때도 있고 , 감싸 줄 때도 있고 , 칭찬해 줄 때도 있고 , 원칙을 강조할 때도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소통의 한 부분이다.”
지금도 함 지휘자가 나에게 했던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한 평의 연습실이 너의 무대가 아니라 3천명 청중이 가득 차 있는 카네기홀이 너의 무대라고 생각하고 연습하라.”
여러 번 공연장에 갔기 때문에 함신익 지휘자의 이야기가 실감 날 때가 많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청중들에게 잘 들릴 수 있도록 노래나 악기를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함 지휘자는 이렇게 또 이야기했다. “남의 소리를 들을 줄 알고 내 음악을 남에게 맞추는 능력을 소유한 연주자, 직장에서도 남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을 귀히 여기듯 우수한 오케스트라는 서로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능력을 갖춘 연주자들이 많이 모인 곳이다. 내 소리가 크면 남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또한, 스스로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지혜를 갖도록 다양한 연주형태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결국, 자신의 음악을 전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좋은 친구로 교분을 나누고 있는 함 교수의 모습을 보며 비록 서로 다른 세계이지만 음악과 야구가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을 오늘 또다시 해본다. 오케스트라는 각각 다른 파트가 있어서 서로 다른 소리를 내지만 지휘자의 곡 해석에 따른 손동작에 그 소리들이 모여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낸다.
몇시간 동안 함 교수가 단원들과 함께 온 몸으로 지휘하면서 느낀 것은 한마리의 백조가 작은 단상에서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나의 눈에는 비좁은 단상이 아니라 드높은 하늘에서 마음껏 움직이고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학이었다. 팔을 좌, 우로 움직이면서 그들에게 가르치고 파트별로 지휘할 때면 꼭 학이 날개짓을 하는 것 같았다. 온 몸으로 혼신의 힘으로 지휘할 때는 학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하나 하나의 세밀한 지휘는 단원들로 하여금 하나가 되게 했고 또 모두가 집중하게 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66명의 단원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비록 각각 다른 파트에서 음악을 하지만 좋은 교향곡은 절대 한 사람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팀원 전체가 서로를 믿고 배려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