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이란인들의 ‘자유를 향한 외침’은 어제도 이어졌다”

지난 20일 주한 이란인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주말 ‘피의 11월’ 사건을 추념하며, 이란 전역의 사람들이 테헤란으로 집결했다. 이동하는 행렬 속에서도, 도시에 남은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시위는 끊임 없이 이어졌다. 

2019년 ‘피의 11월’ 사건이 발생했다. 이란 정부가 인터넷을 전면 차단하고 불과 3일 만에 1500명의 시위대가 숨진 사건이다.

전세계 이란인과 이란인에 연대하는 각국 시민들은 지난 11월 19일, ’11월 사건’을 추모하며 동참하였다. 서울에서도 시위가 진행되었다. 11월 20일 재한 이란인들의 시위는 주한이란대사관 근처에서 열렸다.

이란대사관 바로 앞에서 시위하는 것은 허가되지 않아, 카자흐스탄대사관 앞에서 진행했다. 하지만 이날 카자흐스탄 재외국민 투표일이어서 시위대는 레바논대사관 앞으로 이동해야 했다.

그러나 이란 정권에 우호적인 레바논 정부 방침으로 인해 레바논대사관 또한 주한 이란인들의 시위를 거부하여 시위가 예정보다 일찍 해산되었다.

러시아인 활동가들이 이란 상황에 연대하고자 찾아와 피켓을 보이고 있다.

 

이날 시위에서는 학생과 어린이 희생자들을 추념하는 피켓, 카타르월드컵에 이란이슬람공화국의 이름으로 출전하는 것에 반대하는 피켓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앞서 11월 18일 열린 제2회 리버티국제영화제, 재한이란인 활동가 아이사씨를 비롯한 이란인 유학생들이 히잡 시위를 주제로 이란의 상황을 증언하고 연대할 것을 호소하는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공개한 바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영상에 얼굴을 공개했던 학생들 모습을 시위에서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시베리아의 소수민족을 포함해,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인들도 이란인 시위에 연대 의사를 밝혔다.

반전 여성주의 활동가 알렉산드라는 “러시아에서의 시위도 탄압되고, 정치범들이 박해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란처럼 잔혹하고 극단적인, 즉각적인 사살과 같은 식의 탄압을 받지는 않는다”면서 “이 순간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곁에 서겠다”고 밝혔다.

반이란 정부 시위는 장소를 옮겨가며 해가 저물 때까지 이어졌다.  

한편 이날 한국인의 지원 연설도 이어졌다.

다음은 연설문 전문.

지난 9월 16일, 22세의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는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의해 구금되었습니다. 그녀는 구타로 인해 구치소에서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이란의 거리에서 시위가 일어났고 35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2살 정도의 어린 아이도 사망자에 포함되었습니다.지난 2달 동안 이란의 인터넷은 점차 차단되었고, 만 오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체포되었습니다. 290명의 의원 중 227명이 정치범 처형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우리 중 대부분은 학생이기에, 우리는 이 상황에 신경을 써야만 합니다. 캠퍼스와 학교에서 수업 거부로 시위를 이어온 대학생과 어린 학생들이 감금되고, 실종되고, 미래를 위한 싸움 속에서 목숨을 잃기까지 했습니다. 시위대 대다수는 우리 또래의, 우리 세대의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기본권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권리들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자유로울 권리,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오늘날 한국에 사는 자유인으로서 우리는 이들의 목소리가 되어야 합니다. 너무 늦기 전에,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우리는 행동해야 합니다. 체계적인 변화가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가 촉매가 되어야 합니다.

여성, 삶, 자유.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계십니까? 이란 여성들은 이동의 자유를 통제당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삶의 모든 부분에서 2등시민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아주 조금만 예를 들자면, 이란 여성은 남편이나 남자 친족의 허락 없이는 출국할 수 없습니다. 남자 친족의 동의가 없으면 치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란의 여성은 자전거를 탈 수 없고, 혼자 노래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으며, 당연하게도, 지금의 시위를 일으키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이란의 여성은 종교와 배경, 신념에 상관없이 머리 스카프를 두르고, ‘조신하게’ 입도록 강요받습니다. 그러나 이런 차별은 성별이라는 영역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다른 종교와, 다른 이슬람 교파의 사람들은 부당한 차별을 받으며, 박해와 고문, 심지어 처형을 당하고 있습니다. 발루치, 쿠르드, 아프간 사람들과 같은 소수민족은 폭력적으로 다뤄지며 심각한 억압을 받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과 통화가치의 하락은, 수많은 시민들이 근근히 살아갈 여유조차 없어진 반면 공무원들이 점점 더 부유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선택의 여지 없이 학업을 포기하고, 강제 노동에 내몰렸습니다.

검열은 이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가 되었습니다. 독재정권의 눈앞에 언론의 자유는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거기서 끝나는 것만이 아닙니다. 이 정권에게 사람들은 무가치한 존재입니다. 누구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국민은 체스판 위의 말에 불과합니다. 오늘 이 순간 이란에서 일어나는 일은 43년간의 억압의 결과일 뿐, 이란 사람들에게 결코 낯선 일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는 또한, 2019년 11월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날의 사람들은 유가 300% 인상에 항의하며, 이 모든 것을 초래한 독재정권에 항의하고자 거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전국에서 일어난 시위로, 정권은 세계에 유래 없는 인터넷 완전 차단을 실행했습니다. 단 3일 동안에, 1500명의 시위대가 학살당했고 7천명 이상의 시위대가 체포되었습니다. 한국이여, 때가 왔습니다.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합니다.이란의 사람들과 함께 일어서십시오. 그들의 생명은 여러분과 저의 삶만큼이나 가치가 있습니다. 그들의 미래는 여러분과 저의 미래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수천km 떨어진 곳에 있을지 몰라도, 그들의 피는 우리처럼 붉습니다. 이제 우리는 한국의 사람들 또한 그러한 잔인성에 반대하고 있음을, 그리고 여성, 인권, 자유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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