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직분’보다 우선된 ‘부르심’


*성경본문 고린도전서 7-9장

“할례받는 것도 아무것도 아니요 할례 받지 아니하는 것도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하나님의 계명을 지킬 따름이니라 각 사람은 부르심을 받은 그 부르심 그대로 지내라”(고전 7:19-20)

나를 누구라고 불러주는가? 나를 어떤 이름으로 불러주는가? 그게 중요하긴 합니다. 물욕이나 소유욕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 인간은 명예에 눈을 돌리게 되어 있습니다.

교회라고 다를까요? 나랑 동갑인데 저 사람은 장로이고 나는 집사이면 마음 한 구석 어딘가가 불편합니다. 그래서 나도 직분을 받기 위해 노력하거나, 나에게 직분을 주지 않는 교회가 서운하거나, 내가 직분자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교회를 찾거나 합니다.

사도바울 당시에 할례가 그랬습니다. 할례받은 유대인들과 할례받지 않은 이방인들 사이에는 묘한 차등감이 존재했습니다. 할례받은 사람들의 영적 우월감이 할례받지 않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할례받는 것도 아무것도 아니고, 할례 받지 않는 것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직분이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또 어떻습니까? 하나님은 우리를 직함으로 부르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이 나를 뭐라고 부르시는지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직함이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직분을 받는 것도 아무것도 아니고, 직분을 받지 않는 것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직분보다 우선된 부르심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목사나 장로로 부르시기 전에 그리스도인과 성도로, 그리고 하나님의 자녀로 부르셨습니다.

직분은 조직과 제도와 문화가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다른 조직과 다른 제도권에 가면 이전의 직분이 유효하지 않기도 합니다. 이 교단에서는 목사이지만 저 교단에서는 목사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부르심은 조직과 제도가 흉내낼 수도 없고 대신할 수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 그대로 지내는 일이 불편해진다면 그것은 곧 교회가 제도화되고 있다는 증상입니다.

성도 됨, 자녀 됨, 그리스도인 됨이라는 됨됨이, 그것이 우리의 부르심입니다. 진정한 교회 공동체는 직분보다 우선된 부르심을 서로 안에서 확인하며 기뻐할 수 있는 곳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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