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삼총사의 오대산 캠프나비 2박3일

박민성, 정민수, 박상설 선생, 황정호 교사
94세 노인과 16살 고교생들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자연을 벗 삼아 꿈을 공유하면서 친구가 된 이들이 있습니다. 세명컴퓨터고등학교 인공지능소프트웨어과 박민성, 박재욱, 정민수 학생과 박상설 캠프나비 대표가 바로 그들입니다. 학생들은 작년 이맘때 박 대표가 운영하는 홍천 오대산 600고지 캠프나비를 찾아 나이를 뛰어넘어 친구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친구가 된 지 두달 채 안돼 박상설 대표가 별세했습니다. 박군 등이 지난 21~23일 할아버지 친구의 숨결이 남아있는 캠프나비를 찾아 2박3일 머물며 박 대표를 추억하며 늦가을 자연을 온 몸으로 느꼈다고 했습니다. 이들 학생들의 2박3일 샘골 답사 후기를 <아시아엔> 독자들과 나눕니다. <편집자>

중간고사 전부터 작년 다녀온 적이 있는 홍천 캠프나비에 캠다시 가자고 약속이 잡혀 21일 시험을 끝내고 밤 8시에 모이기로 했다. 우리 일행은 저녁 6시30분 원당역에 가서 박재욱과 만나 원당역–>종로3가역–>아차산역 3번 출구에서 박재욱, 정민수 그리고 황정호 선생님을 모두 만났다. 나는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편의점에서 사서 먹고 민수는 고구마를 사 들고 황정호 선생님 차에 올랐다.

캠프나비에 도착하자 작년에 우리에게 격려와 함께 자상하게 자연에 대해 설명해주신 고 박상설 선생님 동생분과 따님 두분이 불을 미리 피우고 계셨다. 처음 보는 분이라 말 붙이기가 좀 그랬었다.

그러다가 불도 피우고 점점 익숙해졌다. 다음 날에는 ‘달가람’이라는 곳에 가서 일반에 완전 공개한 신기한 집을 구경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도 서로 사진 찍어서 보내달라 하는 등 딴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점점 더 새로운 분들과도 친숙해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또 밤에는 별을 보기로 했지만 아쉽게도 구름 때문에 많이 관찰하진 못 했다. 하지만 토성은 볼 수 있어, 아쉽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3일째 아침에 일어나서 사진도 더 찍고 더욱 친숙한 분위기로 놀며 떠날 준비를 했다.

땔감을 운반하는 정민수 학생

나는 떠나기 전 청소를 하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여기에 로봇 청소기가 있으면 어떨까’ 하면서 로봇 청소기를 생각했다. 그런데 한 분이 진짜로 로봇 청소기를 들고 오셨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서 쓰는 건가 하고 봤더니, 자신은 필요 없으니 필요한 사람 들고 가라고 하셨다. (난 기분이 좋았다! 에헴!) 다른 애들한테도 들고 가라 해서 박재욱은 전기 칼을, 정민수는 도자기를 들고 간 것 같다. 캠핑 오기 전부터 주려고 들고 오신 것을 생각하면,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텐데도 들고 오신 것을 보니… 이상하고 특이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상하게 2명의 다른 애들과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다. 둘이서만 얘기도 많이 하고 친한 것 같고.. 2명이서 캠프파이어도 하거나, 이빨도 같이 닦았다고 하고 머리도 감았다고 들었다. 나는 본 적도 없고 어디서 하는지도 모르겠던데..

그리고 고양이도 고기 구울 때마다 왔는데 고양이에게 고기를 줄 때 조금 뜨거워서 혀를 갔다댔다가 떼는 게 웃기면서 귀여웠다. 처음에 하나만 어렵게 먹다가 그 뒤부턴 계속 잘 먹으니 기분이 좋았다.

2021년 10월 샘골을 찾은 박민성, 정민수, 박상설 선생(왼쪽부터)

캠핑을 하면서 이전에 박상설 할아버지와 같이 갔었을 때의 기억도 계속 났고, 그때와 이번은 좀더 새롭고 다른 느낌이 들었다. 나는 보통 누구와 친하게 되면 ‘정민수’ 했다가 ‘민수’ 하고 성은 빼고 이름만 부르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름으로만 부르게 됐다. 점점 친하게 되는 것도 느껴졌다. 나만 친하게 느낀 걸 수도 있지만 말이다.

나는 캠핑장 사진을 많이 찍었다. 이것으로 3D 모델로 만들고 게임으로 옮길 생각이다. 만약 우리가 캠핑장에 못 가더라도 게임에서라도 놀고 다음엔 캠핑장에 가서 뭐할지도 생각하며, 다른 학생이나 사람들에게도 그 캠핑장에 대해 알리고 싶다. 실제로 가진 못하겠지만 간접체험이나마 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글 박민성> 

박재욱 학생, 박서형(박상설 선생 딸), 정민수 학생, 황정호 교사, 박민성 학생(왼쪽부터)

갑작스러운 약속에 아무 것도 모른 채 나는 친구들과 캠프나비로 향하였다. 딱히 들은 바가 없어 크게 생각하거나 기대한 바 없이 서울에서 3시간 정도 차를 달려 새벽 1시쯤 캠프나비에 도착하였다.

각자 고기 등을 준비해 왔지만 밤늦게 라면을 끓여 다같이 먹었다. 원래 목적은 별을 보기 위해 온 것이라 말씀을 나누고 야외에서 준비를 시작하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장비를 챙겨 밖으로 나가 약간의 땅을 파고 모닥불을 피웠다. 너무 어두워서 실수를 좀 한 것 같지만 그래도 만족스럽게 한 것 같아 기뻤다. 첫날밤은 그렇게 모닥불도 피우고 이야기를 하며 새벽 4시쯤 텐트 속에서 숙면을 취하였다.

둘째날에는 아침 8시 기상 후 인근 가볼 만한 곳을 돌아다니며 점심도 먹고 3시쯤 캠프나비로 돌아왔다. 오후 4시경 노을을 보러가자고 하였지만 나와 다른 한명은 남아서 모닥불을 준비하였다. 어두워지고 노을을 보러갔던 인원들이 돌아오자 저녁으로 오겹살을 구워먹기 위해 준비를 시작하였다. 막 고기를 굽기 시작하자 밖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새카만 고양이가 한마리 울고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캠프나비 위쪽에서 양봉하는 아저씨가 키우는 고양이라고 했다.

모닥불

식사 후 모닥불 앞에서 별을 보는데 확실히 강원도 산골이라 별이 무척 잘 보였다. 그렇게 둘째날을 보내고 마지막 날이 밝았다. 아침부터 난로 장작불이 꺼져 추위에 떨며 일어났는데 불을 붙이자 다시 금방 따뜻해져서 안심이 되었다.

아침 일찍 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며 마른나무들을 주워와 캠프 앞에서 톱질과 도끼질로 장작을 잔뜩 만들었다. 앞으로 더욱 추워질 텐데 다음에 오는 사람들이 춥지 않게 보낼 수 있도록 우리 일행의 배려였다. 아침을 먹고 약 10시쯤 출발하였는데 출발할 때에도 아쉬움이 조금 남았다.

2박3일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것을 배웠음을 느꼈다.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좋고 소중한 것인 새로운 경험 말이다. <글 박재욱> 

박민성, 정민수 학생(왼쪽부터)

시간을 거슬러 작년 이맘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나는 지금 그 자리에 똑같이 앉아있었다, 기분이 묘하면서도 그리운 냄새가 나는데 아마도 박상설 선생님의 자리가 비어있어서 그런 거 같다. 나와 76세 나이 차가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신 친구이다.

계속해서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걸 생각하면 서글퍼 우울해지기도 한다.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렵다는데 떠나는 사람은 왜 그리 쉽게 떠나는 것일까?

이번 캠프나비를 갔다오면서 느끼는 것은 떠난 사람의 빈자리는 매우 크다는 것, 그걸 매꾸어 갈수 없다는 것을,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떠난 이의 뒷이야기를 이어가는 것 뿐이라는 사실이다.

또 그분이 베풀어 주신 것들을 이어나가고, 그분의 뜻을 따르는 것뿐일 것이다. 그래서 박상설 선생님은 나와 친구를 맺어주신 거 같다. 우리가 선생님의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주셨다.

나는 잘난 사람은 아니다. 믿을 만한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그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사람이 되어 다시 만났을 때의 내 어깨를 떳떳하게 펼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나는 혼자가 아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서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 여러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뭘 쓰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만 총총. <글 정민수> 

박민성, 박서형, 박재욱, 정민수 학생(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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