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회계장부 위조가 칭찬 받을 일인가?’
*성경본문 누가복음 15-17장
“주인에게 빚진 자를 일일이 불러다가 먼저 온 자에게 이르되 네가 내 주인에게 얼마나 빚졌느냐 말하되 기름 백 말이니이다 이르되 여기 네 증서를 가지고 빨리 앉아 오십이라 쓰라 하고 또 다른 이에게 이르되 너는 얼마나 빚졌느냐 이르되 밀 백 석이니이다 이르되 여기 네 증서를 가지고 팔십이라 쓰라 하였는지라”(눅 16:5-7)
이 청지기는 재무제표 위조와 분식회계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엄연한 불법입니다. 그런데 청지기의 이러한 행동을 주인은 지혜롭다고 칭찬합니다. 게다가 청지기는 주인에게 유리한 편이 아니라 채무자에게 유리한 편으로 회계 장부를 위조하고 있습니다. 청지기는 주인의 재산을 축내고, 주인은 그런 청지기를 칭찬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이 상황이 선듯 이해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원이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죠.
산불이 나도 피해규모 ‘~원’, 태풍에 집이 쓸려가도 피해규모 ‘~원’ 이러한 등식을 타당하다고 여깁니다. 자본주의란 모든 가치를 자본화 할 수 있다는 모종의 신앙체계입니다. 사람마저도 비용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돈이 귀해서 사람을 우습게 보던 청지기가 칭찬을 받은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사람 귀한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가치관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습게 보던 사람들을 귀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회계 장부의 마이너스(-)를 흑자로 읽어내는 안목이 생긴 것입니다.
누가복음 15장에는 잔치가 세 번 나옵니다. 양 한 마리를 되찾고 벌인 성대한 잔치, 재산 탕진 후 돌아온 작은 아들을 맞이하는 성대한 잔치, 한 드라크마를 찾고 벌인 성대한 잔치입니다. 딱 봐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잔치를 벌일까요? 잔치의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청지기란 주인에게 더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덜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관찰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청지기의 지혜란 더 가치있는 것을 위해 덜 가치있는 것을 낭비할 줄 아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