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노래] ‘그 한 사람’ 박노해

장태산휴양림 메타세콰이어 길 

가을 나무 사이를 걸으며
먼 길 달려온 바람의 말을 듣는다
정말로 불행한 인생은 이것이라고

좋고 나쁜 인생길에서 내내
나를 지켜봐 주는 이가 없다는 느낌
내게 귀 기울이는 이가 없다는 느낌

내가 길을 잃고 헤맬 때나
길을 잘못 들어서 쓰러질 때에도
한결같이 나를 믿어주는 이가 없다는 느낌

내가 고난과 시련을 뚫고 나와
상처 난 몸으로 돌아갈 때에도
아무도 나를 기다리는 이가 없다는 느낌

내가 빛나는 자리에서나
내가 암울한 처지에서나
내가 들뜨거나 비틀거릴 때나

나 여기 있다, 너 어디에 있느냐
만년설산 같은 믿음의 눈동자로
지켜봐 주는 그 한 사람

내 인생의 그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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