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어른스런 입맞춤’ 정한아
내가 그리웠다더니
지난 사랑 이야기를 잘도 해대는구나
앵두 같은
총알 같은
앵두로 만든 총알 같은
너의 입술
십 년 만에 만난 찻집에서 내 뒤통수는
체리 젤리 모양으로 날아가버리네
이마에 작은 총알구멍을 달고
날아간 뒤통수를 긁으며
우리는 예의 바른 어른이 되었나
유행하는 모양으로 찢고 씹고 깨무는
어여쁜 입술을 가졌나
놀라워라
아무 진심도 말하지 않았건만
당신은 나에게 동의하는군!
– 정한아(1975~) 시집, ‘어른스런 입맞춤’, 문학동네, 2011